제프베조스와 아마존에 대해 알아보자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가 ‘포스트 스티브 잡스’가 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Google의 Larry Page/Sergey Brin, Facebook의 Mark Zuckerberg 혹은 Tesla/Space X의 Elon Musk(요새는 이래저래 struggling 하지만) 등이 주로 후보에 올랐으며 이들이 새로운 실리콘밸리 Entrepreneur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사람 중의 한 명은 - 상대적으로 스타성이 떨어져 지지를 적게 받은 - Amazon의 Jeff Bezos이다. 전 세계를 연결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Mark Zuckerberg나 이미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롤모델이 된 Elon Musk만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진 않지만, 시가총액 900조원의 공룡기업이 된 지금도 스타트업처럼 성장하고 있는 Amazon의 중심에는 바로 Jeff Bezos가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 비해 너무 복잡해서 별로 와 닿지 않는 Amazon의 비즈니스와 Bezos에 대해 한번 해부를 해볼까 한다.
1 - Jeff Bezos. 그는 누구인가?
Jeff Bezos는 1964년 1월생으로 31살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프린스턴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5살 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TV에서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Bezos는 원래 물리학을 전공하려 했으나, 대부분의 그저그런(Mediocre) 물리학자들은 천재들이 이룬 업적을 이해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며 공학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졸업 후에는 수많은 큰 기업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Fitel이란 회사에서 주식 트레이딩을 위한 Computer Network를 개발하는 일을 했고, 이후에는 DESCO라는 헷지펀드에 들어가 퀀트릴을 시작했다. Bezos는 최연소 VP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했으며, DESCO에 있던 우수한 인재들 중 몇몇이 Amazon의 초기 멤버로 조인하기도 하고 Bezos는 같은 프린스턴 출신인 MacKenzie Tuttle을 DESCO에서 만나 결혼한다.
94년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을 지켜보던 Bezos는 고민 끝에 창업을 결심한다. ‘후회의 최소화’라는 의사결정 프레임은 최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많이 공유되었는데, 80세가 되어 임종을 앞두고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무언가를 했다고 후회하기보다는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고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창업’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the everything store’라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아이디어에 관한 첫 번째 질문은 과연 어떤 아이템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것인가였다. Bezos는 책이라는 카테고리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상품 자체가 표준화되어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수요자라는 점 등 전자상거래에 적합한 몇 가지 장점에 착안하여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Amazon을 창업하게 되었다. 이후에 점진적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여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the everything store’가 되었다.
큰 눈망울과 호탕한 웃음소리로 유명한 그를 설명하는 두 가지는 바로 ‘지적 호기심’과 ‘무자비함’이다. 아마존의 사업보고서(10-k)에는 아마존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중시한다고 써져있다.
Bezos의 독특하고 호탕한 웃음소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ㄴCustomer obsession rather than competitor focus (경쟁자에게 집중하기보다는 고객에게 집착)
ㄴPassion for Invention (발명에 대한 열정)
ㄴCommitment to Operational Excellence (뛰어난 운영을 위한 헌신)
ㄴLong-Term Thinking (장기적인 생각)
지금의 아마존을 잘 설명하는 원칙들이기도 하며, 특히 두 번째 Passion for Invention은 Bezos의 지적 호기심을 잘 보여주고, 실제로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앞으로 10~20년을 이끌어 갈 신사업을 발굴했을 뿐 아니라 드론 배달, AI기반 Alexa 등 새로운 기술을 사업에 도입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Bezos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개별적으로 본인의 사무실로 초청하여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장시간 동안 그 기술의 원리, 응용, 한계 등을 아주 깊게 논의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베조스와 미팅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공통적으로 Bezos의 빠른 이해력,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고 고백한다.
Bezos는 개인적으로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을 위해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려는 Blue Origin에 2,200억 가까이 투자하였고 현재 Space-X와 경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워싱턴포스트를 개인 자격으로 2,700억에 인수했을 뿐 아니라 Airbnb, Business Insider, General Assembly, Next Door, Twitter, Uber, Zoc Doc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투자자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http://www.bezosexpeditions.com/ Bezos의 개인 VC법인. 심지어는 대부분 Seed 및 Series-A 단계 투자이다)
한편 일할 때 Bezos는 무자비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그에겐 jeff@amazon.com 이란 공개된 이메일 계정이 있다. 여기로 접수되는 수많은 고객 클레임에 대해 Bezos는 ‘?’만을 달아서 담당자에게 포워드하고, 메일을 받은 담당자는 시한폭탄을 받은 것처럼 관련 부서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직접 회신을 해야 한다.
그는 미팅 때도 매우 직설적이며 아래와 같은 수많은 어록들을 남겼다.
“Are you lazy or just incompetent?” (당신은 게으른 건가, 무능한 건가?)
(After reviewing annual plan) “I guess supply chain isn’t anything interesting next year” (연간계획을 보고 받고서 - 올해는 흥미로워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네)
“Why are you wasting my life?” (왜 내 삶을 낭비시키고 있나?)
경쟁에 있어서도 그는 무자비하며 2009년 diapers.com이 정기배송 서비스로 인기를 얻어갈 때쯤 아마존은 diapers.com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기저귀 상품을 바로 출시하고, bot을 통해 diapers.com이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동일하게 맞추도록 설정해놓기도 했다. 시장을 조금씩 빼앗기던 diapers.com의 운영사인 Quidsi는 매각을 추진하게 되고, 월마트와의 인수 경쟁에서도 아마존과 Bezos는 협박과 회유를 통해 Quidsi의 경영진을 설득하여 마침내 6천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당시 Quidsi의 대표였던 Marc Lore는 2년 전 Amazon을 퇴사하여 온라인 코스트코 서비스인 Jet.com을 설립하고, 작년 8월 월마트가 Jet.com을 3.6조원에 인수하는 아이러니가 있기도 했다)
Steve Jobs는 Great Product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과 고객이 무엇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미리 파악하는 천재적인 영감을 갖고서 시장을 만들어가는 반면, Jeff Bezos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엄청난 지적 호기심과 아이디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며 시장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둘 모두 각자의 캐릭터로 조직을 완벽하게 장악했으며, 어김없이 핵심 인재들에게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 Amazon의 과거
Amazon의 과거를 보면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1) E-Commerce 카테고리의 확장
처음 책에서 시작해 DVD/비디오, 소프트웨어, 게임, 의류, 가전제품뿐 아니라 이제는 신선식품까지 거의 모든 걸 판매하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총 거래액(GMV)은 260조 원에 이른다. 무서운 건 기존 카테고리도 성장하고 있는데, 최근 Amazon Business를 출시하여 B2B 기업 구매 시장을 본격적으로 타겟팅하기 시작했고, Amazon Fresh의 신선식품 카테고리는 이제 막 성장궤도에 올라 향후 5년 이상은 Hyper-Growth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이커머스의 카테고리 확장을 뛰어넘어 오프라인까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2016년 출시한 Amazon Go는 오프라인에서의 구매 경험을 완전히 혁신하였으며, 시애틀에서 파일럿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NrmMk1Myrxc
Amazon Go 영상. 마트에 가서 그냥 물건 들고 나오면 모바일에서 알아서 결제!
2) 황금알을 낳고 있는 AWS
Amazon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Buzzword가 되기도 전인 무려 2002년에 AWS시장에 진출했다. AWS는 기존에 개별업체들이 IDC에 서버를 두고 직접 호스팅을 하는 방식 대신에 사용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SaaS 개념이 서버에 적용된 서비스이다. 초기에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대신 일단 셋업 되고 난 뒤에는 큰 비용 없이 꾸준히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이다. Amazon은 지난 15년간 끊임없는 인프라 투자, 지역 확장을 통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였고 앞으로는 시장의 성장과 함께 회사가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처음부터 AWS가 이렇게 큰 시장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기보다는 수많은 아이템 중에서 잘 되는 사업을 키우다 보니 AWS 같은 비즈니스를 갖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최근 2~3년 사이에도 수많은 Crazy Idea들 중에 AWS만큼 파급력을 가진 새로운 사업이 세팅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3) 멈추지 않는 혁신, 끝없는 실험
Amazon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는 최신 Tech들을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이다. 모바일만큼 큰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알려진 AI/Machine Learning에서도 Amazon Echo by Alexa를 통해 단순 스피커를 넘어 개인비서(혹은 구매플랫폼) 서비스를 노리고 있다. Amazon에는 Machine Learning 엔지니어만 천명이 넘게 근무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고, Echo 및 음성인식 API 공개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여 이 시장을 리드해 나가고 있다.
드론 배송은 Amazon의 혁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터무니없게만 들리는 드론 배송이 몇 년이 지나 Bezos의 매직을 거쳐 배송에 혁신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몇 년 전 공개된 Amazon 물류센터의 Kiva Robot 영상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 없던 시스템이었다.
Amazon Fulfillment(물류센터)에 도입된 15,000대의 Kiva robot들
향후에도 Amazon은 수많은 실험을 할 것이고, 그중에는 10년 뒤, 20년 뒤 신의 한 수라 불릴만한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3 - Amazon의 미래
머지않아 실리콘밸리에서 시가총액 1,000조원을 가장 먼저 찍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볼 수 있다.
1) E-Commerce Penetration
국가별 총 소매 매출액 대비 전자상거래 GMV 비중을 보면 한국이 20%, 미국과 중국이 10% 초반, 일본이 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비율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매년 1~2%씩 올라가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입장에서 보면 거래액이 매년 10~20%씩 늘어나는 것이고 Amazon의 매출 역시 그러하다. 전자상거래의 서비스 질은 갈수록 좋아지고, 전자상거래에 익숙한 인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Amazon의 Retail Marketplace 비즈니스가 앞으로 10년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2)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장
IDC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규모는 2016년 기준 100조 정도인데, 2020년에는 그 두배인 200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WS는 2위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6배 이상 차이나는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그 혜택을 온전히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만 해도 이미 AWS가 거의 독점적인 사업자가 된 상태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디바이스는 많아지고, 그 스펙이 좋아지고, 서비스/콘텐츠의 범위는 넓어지고 복잡도는 높아지면서 결국에 모든 방향이 컴퓨팅의 증가를 향하고 있다. AWS사업이 매출 30조원에 영업이익 10조를 만드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
3) Software가 가진 잠재력을 가장 잘 활용
Software의 가장 큰 장점은 Marginal Cost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고, 바꿔서 얘기하면 한 명에게 서비스를 추가하는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많은 Software/Tech 회사들이 천문학적인 이익률을 누리고 있고, Winner takes all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공룡 Tech기업들이 신기술을 이용한 신사업에 주춤하는 사이 Amazon은 비교적 매끄럽게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년 수많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그중 시장의 수요가 확인된 기술/서비스에 대해서는 빠르게 스케일업하는 식으로 무한확장을 해왔고, 최근 사례 중 대표적으로 Echo by Alexa를 들 수 있을 듯하다.
4) Jeff Bezos의 비전/능력
Amazon은 매년 다른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Amazon은 순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고 재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에 대한 Wall Street의 원성에 Bezos는 한 인터뷰에서 ‘1년 중에 투자자와의 대화에는 6시간만 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Bezos의 정책을 바꿔 말하면 아직도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회사명을 Amazon이라고 지은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업체를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IT에서 CPNT라는 프레임웍을 종종 사용한다. Contents(Service)/ Platform/ Network/ Terminal(Device)의 약자로 상호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IT의 기반기술을 구분하는 방식 중의 하나이다. Steve Jobs는 CPNT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미친 완성도를 달성하여 새로운 시장(ex. 아이팟, 아이폰)을 만들어내는 타입이라면 Jeff Bezos는 CPNT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발산하면서 진화하는 타입으로 보인다. Amazon의 3가지 기둥인 Marketplace, Prime, AWS에 이어 제 4의 기둥이 다가오고 있고, Jeff Bezos가 실리콘밸리의 아이콘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