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들은 대개 독특한 모습들이 있었다
회사의 직원으로, 중간관리자로 또 대표로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인재들을 경험했었다. 그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내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를 해본다.
1. 독특한 사람들
그들 중엔 독특한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맥락에서는 돌아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들만의 세계관, 가치관이 확실한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스타트업에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똘끼'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거 예전에 해봤는데 안돼', '잘 안될 거 같은데...'라고 코멘트할 때 인재들은 속으로 개무시하고, 결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인재들은 영입이 어렵기도 하다. 그들은 굉장한 수준의 자기 확신을 갖고 있고, 단순히 돈에 움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돈에 움직인다 하더라도 이게 큰 기회라는 걸 납득하지 못하면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그들이 가진 확고한 가치관, 의사결정 기준에 부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인 경우도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 그들은 굉장한 검색 능력과 상상력을 갖고 있어서 큰 기회를 갖고 있는 회사에 별 조건 없이 알아서 걸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2. 허슬러 - 비도 내리게 만드는 사람들
블랙스톤 회장이 한 강연에서 얘기했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소위 A-Player라 불리는 사람들은 비가 필요하면 비도 내리게 만드는 사람들이다'였는데, 개인적으로 큰 공감을 했다. 구직자들이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많은 걸 누리겠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라면, 내가 경험했던 인재들은 반대로 회사를 하드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가 갈팡질팡 할 때,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들은 직급을 불문하고 회사에 가장 필요한 솔루션을 어디선가 가져온다.
스타트업은 실행력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케 만드는 허슬러들이 모여 명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도전하면 언젠가 성공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순간들은 대개 엄청난 에너지를 수반하는데, 그게 욕망, 경쟁심/승부욕, 사명감, 팀 스피릿 혹은 무엇으로 설명되건 간에 그 과정은 항상 짜릿했고, 그게 스타트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3.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보는 사람들
엄청난 인재라고 생각됐는데 초기에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뛰어난 인재는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나아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던 것 같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하더라도 context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어느 임계점을 넘는 순간 본인이 가진 역량과 결합하여 폭발적인 성과를 쏟아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인재들은 빠른 learning curve를 갖고 있어서, 특히나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에 있어서는 금세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그렇게 성장하는 인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현재 대표로서 일을 하는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도 어쩌면 가능성 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이 learning curve에 올라타고 장기적으로 회사에 꼭 필요한 initiative들을 가져올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