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범람하는 공유오피스
공유오피스 시장이 핫하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현상인데, 한 달 전에 갔다 온 베트남조차도 대부분의 공유오피스가 꽉꽉 차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온 수요일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입장에서 그 이유를 분석해본다.
1. 일하는 환경, 일하는 방식의 변화
10년 전에 우리는 어떻게 일을 하고 있었나? 지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들이 없었다. 아이폰이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하며,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아이폰 쓰는 사람들이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자랑한다는 오해를 받던 시절(+블랙베리로 이메일 확인하는 간지;).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슬랙도, 트렐로도, 행아웃도, 구글드라이브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노트북은 크고 무거웠고, 널찍한 책상에 데스크탑을 놓고 업무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자기 자리에 업무용 전화기가 있기도 하고, 앱 하나로 하루에 많게는 수천만원,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게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게 바뀌었다. 그 과정을 온전히 거쳐온 나는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10년 전을 생각해보면 ‘일을 한다’는 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거에는 자리에 앉아서 해야만 했던 수많은 일들이 이동 중에, 카페에 앉아서 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부분이 업무 tool과 소프트웨어로 간소화되고 효율화되어 컨텐츠와 사람/업체간의 만남이 훨씬 중요하게 되었다. 공유오피스는 이러한 업무 환경, 맥락, 방식의 변화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
2. 밀레니얼세대의 취향저격
지금의 20-30대인 밀레니얼세대가 극혐하는 건 올드함, 꼰대, 없어보임 등 이다. 인스타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사진찍기 위해 여행을 가고, 카페를 가고, 맛집을 간다고 할 정도로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에 반해 파티션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오피스는 올드함 그 자체다. 차라리 카페에서 일하는 게 훨씬 좋다는 게 대다수 밀레니얼세대의 의견.
공유오피스는 그러한 면에서 이들의 취향과 너무나도 잘 맞는다. 공간감이 돋보이는 노출천장, 원목과 원색이
조화된 스칸디나비안풍의 디자인,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 등으로 영감이 떠오를 것만 같은 감각적인 공간에 밀레니얼세대는 열광한다. (최근에 공유오피스가 많이 생기는데, 의사결정자가 50대 이상인 곳은 공간이 올드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고, 그들은 왜 잘 안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3. 부동산 수요-공급 비대칭의 해결
이 부분은 외부에서 파악하기 좀 어려운 관점인데, 예전에는 GFC, 교보타워 같은 프라임, A급 빌딩과 노후한 이면도로의 B급, C급 빌딩의 수요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었다. 프라임급에는 주로 자본력이 충분한 대기업계열사, 금융회사, 외국계회사 등이 입주해있고, 반대로 수많은 B급, C급 빌딩에는 살면서 모르고 지나갈 수많은 중기업/소기업들이 입주해 있었다.
공유오피스는 일반적으로 프라임, A급 빌딩에 들어가 공간을 쪼개서 1-200인 규모의 회사들에게 sub-lease를
하는 컨셉이기 때문에, 기존에 프라임, A급 빌딩에 액세스하지 못했던 중기업, 소기업들에게 좋은 옵션이 되고 있다. 특히 예전 대기업과 부품/소재/장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구조에서 1-200인 규모의 회사이지만 대기업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훌륭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여유있는) 스타트업, 중기업/소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더이상 B급, C급 빌딩에 들어가길 거부하고 공유오피스로 모이고 있다
4. 디지털마케팅의 힘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입주업체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을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디지털마케팅을 통해 lead generation을 하고 결과적으로 중개인에게 지불하는 수수료 대비 5% 정도의 비용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굉장한 혁신포인트인데, 대개 역세권 빌딩이 과도하게 프리미엄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인지도’이고, 과거에는 인지도가 높을수록 공실률이 낮은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공유오피스는 디지털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비싼 역세권 프라임빌딩보다는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가성비 좋은 프라임/A급 빌딩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5. 서비스와의 결합
이 부분 역시 굉장히 큰 포인트인데, 기존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는 ‘서비스’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 내가 만나는 건물주들도 절반은 70-80대의 어르신 혹은 상속받은 40-50대들이 많고, 나머지 절반은 보수적인 자산운용사, 법인들이다. 이들은 주로 부동산 시장의 황금기를 거쳐온 사람들로 가만히 앉아있어도 땅값, 건물값이 오르고 임차인이 알아서 찾아오던 시절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오피스 공실률은 치솟고 있고, 만성적인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공실률은 계속 높을 것이고, 이제는 컨텐츠/서비스를 갖추지 않으면 역세권 건물이라도 공실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공유오피스는 건물주처럼 재임대하지만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되어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훨씬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유오피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지속될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