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환 작가의 신작을 밀리의 서재에서 만났다. 책의 한 구절이 유독 오래 마음을 붙잡았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이렇게 묻고 있었다.
Q. 아직 발굴되지 않은 나의 금은 무엇인가?
A. 흙수저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 )다.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 고명환
한동안 로또나 연금복권을 사지 않았다. 문득 아내에게 그런 말을 건넨 적이 있다. "내가 만약 로또에 당첨되면, 지금처럼 계속 글을 쓸까?" 돈 때문에 글을 쓴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막상 20억이라는 거금이 생긴다면 지금의 고단한 일상을 과감히 그만두지 않을까. 선뜻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쓸 거야"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침 어제는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다. 생각보다 투고 과정은 지난했다. 출판사의 이메일 주소를 찾는 것부터 규격화된 기획서를 작성하고, 홈페이지 양식에 맞춰 입력하는 일까지.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내게 20억 원이 있다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아마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누워서 하늘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름 붙이길 '구름멍'이라 부르는, 하늘의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파란 캔버스에 떠다니는 흰 구름 조각들은 과학적 현상을 넘어선 낭만으로 다가온다. 잡을 수 없고 언젠가 스러질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 그것은 '불멍'의 감각과도 닮았다. 정해진 시간 없이, 그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며 느긋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깊은 속내를 마주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나와 깊이 대화하는 행위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결국 답을 찾았다. 만일 내게 20억 원이 생겨도, 나는 글을 쓸 것이다. 고명환 작가의 질문에 비로소 나만의 답을 채워 넣는다.
Q. 아직 발굴되지 않은 나의 금은 무엇인가?
A. 흙수저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글이 좋아졌다. 아침에 쓴 글을 저녁에 다시 읽으면, 숨겨진 내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거의 기록 속에서 당시의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는 일도 즐겁다. 오늘의 글쓰기는 어제의 나를 정리하고 한 뼘 더 성숙하게 만든다.
길었던 투고를 마치고 이제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멈춰있던 유튜브와 새로운 클럽 활동도 다시 시작해볼 참이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오늘, 시간을 내어 작가의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당신만의 '금'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