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많이 할수록, 기대에 못 미칠 때 화가 납니다.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분노를 줄이고 싶다면 기대감은 낮추고, 대신 친절 지수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걱정이 많아서 걱정인 당신에게>, 한창욱 지음
어제 학교에서 있던 일입니다. 미술 시간이 되었는데, 한 학생이 계속 옆에 앉은 학생과 떠들고 있습니다. 미술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였죠. 여러 번 목소리가 크다고 목소리 크기를 줄여달라고 말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저는 화를 낼지, 화를 내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기대감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 학생에게 기대감을 낮추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모든 학생이 목소리 크기가 제게 듣기 좋다고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원래 목소리가 큰 학생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목소리가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제가 청각이 예민할 수도 있으니, 지금 시끄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죠.
둘째,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이 조용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열아홉 명의 사춘기 청소년을 모아 놓고, 모두 조용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 자체가 잘못입니다. 오히려 두 명만 떠들고, 열일곱 명이 조용히 미술 활동에 집중한 것이 대단한 일이고, 기적인 것이죠.
셋째, 옆 친구와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 크기를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 큰 어른도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니까요.
넷째, 모든 학생이 미술 시간에 집중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 싫어하는 학생이 있듯이 미술도 그럴 수 있습니다. 싫어하는 과목에 집중하는 것은 저도 어렵습니다. 지루함을 이겨내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죠.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기대하지 않으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유치원에 다니는 귀여운 딸아이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바라는 점 중에 하나가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밥 먹는 것에만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밥을 먹다 말고 자꾸 돌아다닙니다. 책장에서 그림책을 가져와서, 책을 보면서 밥을 먹습니다. 그러니 밥과 반찬은 계속 식어갑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1시간 넘게 옆에 앉아 있는 것은 어렵습니다.
평소에 사랑이 넘치는 아내도 아이가 밥 먹을 때는 힘들어합니다. 저는 잘 안 먹으면 그냥 배가 안 고픈가 보다 하고 안 먹입니다. 아내는 생각이 다릅니다. 아이의 건강이 걱정이 되니까 계속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게 되죠.
전 요즘 아이의 식사 습관에 대해 기대하지 않습니다. 밥 먹으면서 책을 보는 것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달라고 해도, 귀찮아하지 않고 다녀옵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은데, 책이라도 보면서 밥을 먹는 건 기특한 일입니다. 아예 굶으면서 영양제로 생활하는 아이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모든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화를 내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분노의 발생 원인 중 하나는 기대감이다. 이때의 분노는 어떤 행동에 대한 결말이 기대와 어긋날 때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대치가 실제 상황과 차이가 크면 클수록 분노의 게이지는 상승한다.
<걱정이 많아서 걱정인 당신에게>, 한창욱 지음
제 하루를 돌아봐도 제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지 않습니다. 오늘 알람을 6시에 맞췄는데, 6시 40분에 일어났습니다. 어제 늦게 잔 것도 있지만, 아침 운동도 못 갔죠. 구름 사진을 찍고 싶은데, 글을 쓰지 않아서 밖에 못 나갔습니다. 창밖으로 예쁜 구름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저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기대치가 높다는 건 삶의 모든 영역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됩니다. 통제하면 안 됩니다.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더불어 친절하고 상냥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다시 앞에서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두 명이 떠들 때, 나머지 열일곱 명에게 감사합니다. 아이가 밥 먹으면서 책을 볼 때, 식사를 거르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났을 때, 그래도 지금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나들이를 가시겠네요. 그럴 때 기대를 조금만 낮춰보시면 어떨까요? 아이가 늑장을 부려도, 같이 가주는 것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차가 막혀도 차가 고장 나지 않은 것에, 사고가 나지 않은 것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인생이 내 맘 같지 않을 때, 그래도 그 안에서 감사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화내지 않는 모닝 루틴 모임"도 5명 정원에 두 분이나 신청해 주셨습니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아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솔직히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계속하려고 했거든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정상으로 같이 가시죠!
정상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