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아내를 깨우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오, 맙소사! 내가 아내를 깨우고 있잖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저를 깨우던 것은 아내였습니다. 저는 새벽까지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지만, 아내는 단 한 번도 저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런 날들이 반복될 때면 제 건강을 걱정할 뿐이었죠. 아내는 어째서 저와 싸우려 들지 않았을까요? 결혼 7년 차에 접어들어서야 저는 그 비밀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일입니다.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가며 서랍 속은 온갖 잡동사니로 뒤엉켜,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아내는 그 서랍을 2년 동안 그대로 '내버려뒀습니다'. 제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정리를 선언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제가 움직이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줄자를 들고 나타나 서랍의 치수를 재고는 온라인 몰에서 맞춤 수납함을 주문했습니다. 제게 정리를 강요하거나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제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도움을 청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준 것입니다.
문득 멜 로빈스의 책 <렛뎀 이론>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상대를 통제하려 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내가 하는' 것입니다. 아내에게 이 책을 추천했던 사람이 저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아내는 이미 삶 속에서 이 이론을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틀에 맞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것. 친구가 유독 많은 아내의 인간관계 비결은 바로 이 단순한 지혜에 있었습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 저는 다른 종류의 관계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혼자 살던 시절, 지독한 감기에 걸려 방을 치울 기력도 없이 겨우 출근했던 날이었습니다. 당시 만나던 사람은 퇴근 후 어지러운 제 방을 보더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오빠하고 결혼하면 (내가 어지른) 저런 집을 매일 치워야 해?"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했던 저의 성실함 대신, 바닥에 널브러진 휴지 조각만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주었던 여벌 카드키를 돌려받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반면 아내는 결혼 전, 제 집에 와서 묵묵히 어지러운 방을 치워주곤 했습니다. 제게 치우라고 말하는 대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녀가 무언가 시켜주기만을 바라며 곁에 공손히 서 있을 뿐이었죠. 그때 이미 저는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때 가장 깊은 안정감을 느낍니다. 지난 6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아내는 늦잠 자는 저를, 새벽까지 게임하는 저를, 그저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올해부터 스스로 일찍 일어나 글을 쓰는 지금도, 아내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줍니다. 이런 사람 곁에서 어찌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매일 제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사실 아내의 희생과 배려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이 곁을 지키며 놀아주는 아내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 글의 지분 절반은 명백히 아내의 것입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삶으로 지혜를 증명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 지혜를 실천할 차례입니다. 아내가,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온전히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묵묵히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