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유독 소란스러운 날이 있습니다. 어제의 후회와 오늘의 걱정이 뒤섞여 머릿속을 어지럽힐 때, 당신은 어디에 그 마음을 털어놓으시나요? 누군가는 쓰디쓴 술잔에, 다른 누군가는 자욱한 담배 연기에 시름을 흘려보내려 하지만, 잠시의 위안 뒤에는 숙취와 건강이라는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지곤 합니다.
여기, 부작용 없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복잡한 감정을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모닝 페이지’입니다. 줄리아 캐머런의 저서 <아티스트 웨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 글쓰기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을 그저 종이 위에 흘려보내는 행위입니다.
모닝 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엇이든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적는 것을 말한다. <기적의 1초 습관>, 엄남미
저 역시 엄남미 작가의 책을 통해 모닝 페이지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만 있다가, 얼마 전부터 직접 실천하며 그 굉장한 힘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놀랍도록 간단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그저 손을 움직여 마음의 소리를 받아 적는 것. 도구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종이 공책도 좋고, 저처럼 보관이 용이한 태블릿도 훌륭한 선택지입니다. 다만, 생각을 정제하게 만드는 키보드보다는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옮겨낼 수 있는 손글씨를 권합니다. 손으로 쓸 때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으니까요.
지난 2주간 저의 태블릿에는 34쪽의 비밀스러운 마음들이 쌓였습니다. 전날 밤 나를 괴롭혔던 사소한 걱정거리부터 간밤의 꿈 이야기, 건강에 대한 염려까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글이기에, 오히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 기록만큼은 비밀번호를 걸어 잠가둡니다. 마치 어린 시절의 비밀 일기장처럼 말이죠.
오늘 아침의 기록은 배가 아프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어젯밤 급하게 먹은 토스트가 문제였나 봅니다. 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글로 옮겨 적다 보니, 마치 나의 위와 장이 말을 거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앞으로는 음식을 꼭꼭 씹어 먹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저는 제 자신과 한 뼘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모닝 페이지의 핵심입니다. 평소에는 너무 바빠 무심코 지나쳤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 심리학에서 말하는 ‘내면 아이’와 글로써 필담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어떤 날은 종이 세 장을 빼곡히 채울 만큼 할 말이 넘쳐나고, 어떤 날은 단 한 쪽을 채우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분량이 아니라, 매일 아침 나 자신과 대화하려는 그 시도 자체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아마도 잠에서 깬 지 45분은 족히 지났겠지요. 괜찮습니다. 내일 아침, 당신의 머리맡에 작은 노트와 펜 하나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특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창작자라면, 모닝 페이지는 막혀있던 창의성의 샘을 다시 흐르게 할 좋은 마중물이 되어줄 것입니다. 나라는 보물을 발견하는 즐거움, 그 고요한 아침의 대화 속에서 발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