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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멘토를 만나다 (1)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에 빠지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기]



2001년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는 도중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푹 빠져버렸다. 전지현과 정우성이 나오는 지오다노 CF의 배경음악이었는데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지금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 신록이 가득한 영상과 함께 흐르는 서정적인 배경 음악이 나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그 노래의 제목이 너무나 궁금해서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고 이사오 사사키라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moon river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이사오 사사키를 알게 되었고 그 후에 미니 홈피 배경음악을 moon river로 바꾸고 그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유투브에서 발견한 지오다노 광고  https://youtu.be/lByUMbPH1X4 ]

15년전 영상이라 기억과는 약간 달랐지만 배경 음악은 여전히 좋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면 그것에 몰입해보자. 나는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을 듣고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시간을 늘렸다. 


 어느 날 아침, 뉴스의 공연 소개 코너에서 이사오 사사키의 예술의 전당 내한 공연 소식을 다뤘다. 


'아. 이사오 사사키가 한국에 오는구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플래너에 기록하자. 정확한 날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행할 날짜를 정한 후에 일정표에 적어놓으면 잊어버리거나 미루지 않고 실천할 수 있다. 막연히 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일정이 끝난 후에야 기억이 나는 일을 방지해준다.

보러 가야겠다고 결심한 후에 바로 콘서트 표를 예매했다. 



 

콘서트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 티켓 가격도 적은 금액이 아니었고 아직 이사오 사사키의 모든 곡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좀 더 형편이 나아지면, 전곡을 듣고 난 후에 다음에 열리는 콘서트에 갈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혹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으면 얼마든지 나오는 법이다.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핑계를 대는 대신에 원하는 것에 몰입해보자. 당시 나는 게임에 많은 돈과 시간을 썼는데 게임에 쓸 돈과 시간을 아끼고, 콘서트까지 남은 시간 동안 아직 듣지 않았던 곡들도 열심히 듣기로 결정했다. 


 

이전까지는 Moon river나 Skywalker 같이 잘 알려진 곡을 주로 들어왔는데 콘서트를 가게 된 계기로 그의 앨범을 전부 듣기로 결심했다. 콘서트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에 흠뻑 빠져들었다. 콘서트에 가기로 결심한 덕분에 본격적으로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아무리 피곤한 하루를 보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더라도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기분 좋은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하루가 즐거워졌다.

 

2002년 12월 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공연이 열렸다. 이사오 사사키의 연주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이사오 사사키는 연주 중간에 미리 준비한 한국어 멘트로 인사와 곡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 나갔더니 사인회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맨 뒤에 가서 3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가져간 CD에 사인을 받았다. 사인회가 끝난 후엔 이사오 사사키 팬클럽과 연주자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CD로 음악을 듣는 것과 공연장에서 연주를 직접 보는 것은 또 달랐다.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뜻 깊은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이유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하고 싶었던 일을 실행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도 이사오 사사키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공연장을 찾았다. 가끔씩 티켓을 살 돈이 부족하거나 공연이 매진되었을 때도 있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매번 공연장을 찾았다. 예술의 전당은 로비의 모니터로 공연장 밖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면 사인회 줄을 서서 CD에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사인을 받으면서 이사오 사사키에게 감사의 인사를 간단한 일본어로 건넸다.


“사사키씨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오늘 연주 멋졌습니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마다 사사키씨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대답해주셨다.

 



그렇게 관심 있는 분야에 몰입하면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오다노 배경음악인 Moon river를 접한 계기로 이사오 사사키 콘서트를 가게 되었다.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을 들으며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루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일에 더욱 몰입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글로 써봤다. 한동안 소홀히 했던 일본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내가 관심 있고 즐거운 것에 집중하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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