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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31. 2019

하고 싶은 일 도전하기(8)적극적으로 출연자 소개하기

상대방이 필요한 것 먼저 제안하기. 기버스 게인

3월부터 5월까지 여러 외국인이 출연한 덕분에 자주 방송국에 올 수 있었다. 자주 오면 올수록 방송국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녹화 과정도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마침내 일본어 무대 통역까지 하게 되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매주 외국인이 출연하는 것이 아니기에 언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출연자들이 틈틈이 출연을 했지만 영어와 일본어를 하는 출연자는 자주 나오지 않았다. 가끔 영어나 일어를 사용하는 출연자가 녹화를 해도 기존 통역선생님들이 바쁘지 않은 이상 나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첫 무대 통역을 했지만 그 후 한동안은 무대통역 대신에 영어권 출연자가 왔을 때 수행 통역을 하게 되었다. 기존에 활동하시던 통역선생님이 우선인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불만은 없었다. 무대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방청석에서 녹화하는 모습을 보며 배울만한 점은 내 것으로 만들고 아쉬운 부분은 나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해봤다. 당장 무대에 서지 못하더라도 보조 통역을 하면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루는 메인 작가님이 아이템이 없다며 괜찮은 퍼포머를 아는지 물었다. 스타킹은 월요일에 녹화가 끝나면 바로 다음 날부터 다음 주 녹화를 준비한다. 매주 녹화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재주나 스토리를 가진 출연자를 찾느라 항상 고생하고 있던 것이다.


'아! 매주 출연자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외국인이 나오길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외국인을 찾아서 추천해야겠다.'



 그때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출연자를 찾기 시작했다. 유투브나 일본 TV 프로그램을 위주로 살폈다. ‘기인, 신기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하면서 조사를 했고 괜찮은 퍼포머를 발견하면 스타킹팀에 제보를 했다. 회의에서 합격점을 받으면 퍼포머의 연락처를 찾아서 출연 의사와 출연료, 스케쥴을 확인했다. 나탈리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스스로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의사소통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본격적으로 코디네이터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코디네이터 업무를 하면서 제작진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은 신속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하기로 했다. 질문과 답이 도착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로 번역해서 전달했다. 적어도 나로 인해 지연이 되는 일이 없도록 스타킹 업무를 최우선으로 처리했다. 지체가 되거나 협의에 걸림돌이 있는 경우에는 출연자와 스타킹 사이에서 능동적으로 진행상황을 정리했다. 


회의를 앞두고 답변이 필요한데 출연자로와 연락이 안 되어 기다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상대방의 답장이 늦어지는 경우 늦어도 언제까지 답변을 받기로 확답을 받아서 한쪽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이 되도록 생기지 않게 노력했다. 그리고 중간에 아무리 상황이 꼬이고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내가 맡은 아이템은 책임을 지고 끝장을 봤다. 기존 코디네이터의 경우 장기간 잠수를 타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진행 도중에 갑자기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기에 차별화 할 수 있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제작진의 질문이 많은 경우 출연자가 답장을 쓸 때 답변의 순서가 바뀌거나 일부 답변을 빠트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1,2,3이 아니라 질문이 모두 Q로 시작되었기에 출연자가 질문이 많은 경우 중간의 질문을 빠트리고 건너 뛰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출연자에게 보내는 질문지를 번역하면서 질문 앞에 숫자를 추가해서 보내기 시작했고 숫자가 적혀있기에 답변이 누락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숫자를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작은 행동이 차이를 만든다.


질문지의 답을 받았는데 너무나 간단하게 답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추가 질문을 하고, 답을 받기 위해 다시 기다려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져서 나중에는 이메일보다는 전화로 진행을 했다. 전화 인터뷰를 하는 편이 답변을 들으면서 부족한 점이 있으면 바로 바로 추가 질문을 해서 충실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기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이메일보다는 전화 인터뷰 위주로 진행했다. 질문이 많을 경우 1시간이 넘게 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이메일로 답장을 받는 것보다 더욱 충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스스로 개선을 하면서 작가님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일을 하도록 돕자 점점 의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본어 코디네이터 업무를 봤는데 나중에는 영어권 의뢰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어로 출연자와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어나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까지 내가 담당했다. 일이 많아질수록  코디네이터 경험이 쌓여서 노하우가 늘어났다. 


7년 동안 일하면서 단 한 명의 녹화불발 사고가 있었는데 변명하지 않고 스타킹 팀에 사과를 하고 스스로 사유서 작성 후 녹화 불발로 인한 모든 책임을 졌다. 스타킹에서 일하면서 유일하게 일어난 큰 사고였으나 복잡한 상황에 대한 정상참작과 변명보다는 책임을 확실히 지는 자세를 보고 다행히 제작진께서 너그럽게 이해해주셨다. 그 실패까지도 경험으로 삼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한 덕분에 그 후에는 사고 없이 수많은 출연자를 해외에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교섭과정에서 오해나 실수를 피할 수 있었다. 여러 번 업무를 하면서 스타킹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고 있기에 제작진이 미쳐 설명하지 않은 일반적인 조건도 빠트리지 않고 출연자에게 전달했다. 또한 출연자마다 담당하는 작가님이 다르고 질문지 내용도 다른데 작가님의 좋은 질문을 기억해 놨다가 출연자와 인터뷰를 할 때 추가적으로 질문을 했다. 추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채택되어 대본에 실렸을 때는 보람을 느꼈다. 



*녹화 중 MC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스타킹에 출연자를 소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본인이 직접 출연 안 하고 자꾸 출연자를 소개하냐는 질문에 출연자로 나오면 한 번으로 끝나지만 통역은 출연자가 나올 때마다 TV에 나올 수 있다고 대답!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먼저 제공하자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코디네이터를 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잘 알기에 출연자가 녹화를 할 때도 의사소통하기가 편하다. 그러자 스타킹에서 출연자 통역까지 의뢰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기존의 선생님이 바쁠 때만 무대에 설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우선적으로 통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제공하자. 이때 명심하자. 처음부터 조건을 달면 부담스러워서 상대방이 거리를 두게 되기 마련이다. 코디네이터 업무를 시작하면서 조건을 달지 않았다. 내가 코디 업무를 본 출연자는 내가 통역을 하도록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조건을 달았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었을 것이고 결국 자연스럽게 의뢰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먼저 베풀었더니 돌아왔다. 기버스 게인의 힘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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