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네가 태어났기에 배웠어

by 이다지

기적처럼 네가 엄마, 아빠를 찾아와준 온 이후

엄마는 좋은 기회로 엄마의 회사를 차리게 되었어


누군가는 그런 엄마의 결정을 말렸지

임신 자체가 모험인데

또 다른 모험을 더하는 건 무모하다며


하지만 아빠는 엄마를 무조건 응원했단다


해내지 못하면 무모함이지만

해내면 용감함이니까


[ 너의 엄마는 결국 해내는 사람이니까 ]


너가 뱃속에서 커갈수록 불러오는 배와 함께
엄마는 점점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어

원래는 너를 낳기 1달 전까지만 하려고 했던 일이

결국엔 너를 낳기 1주일 전까지 이어져 버렸지


급기야 너를 낳기 5일 전 네 엄마는

고객사 사람들 앞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진기명기까지 선보였단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엄마의 동료들은

뱃속에 있는 널 이렇게 부르곤 했어


[ 인생 2회차 아기 ]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사건을 수습하는 위기극복력

만삭임에도 맡은 바는 끝까지 처리해내는 끈기력

발차기 GOAT인 너와 쪽잠 자도 정시출근하는 회복력


태어난 이후에 배워야 하는

삶의 알짜 능력들을

뱃속에서부터 배웠던 아이


그 모든 걸 배우고도

건강하게까지 자라주었던 아이


그래, 너 역시 엄마를 닮았어


[ 너는 뱃속에서부터 해내는 아기였단다 ]


엄마와 네가 분투하는 동안

아빠는 뭘 했느냐고?


다행히도 엄마와 같은 일을 하고 있던 아빠는

엄마의 회사에서 엄마의 일을 분담했어


너를 뱃속에서 품는 일은

오직 너의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아빠는 엄마의 다른 일을 줄여주려고 노력했었지


소중한 너도 소중한 엄마의 회사도

아빠는 무사히 지켜내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어느 새 네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 되었어


널 만나기 위해 엄마는 수술실로 향했고

혹시 몰라서 세상의 모든 종교를 다 믿어놓은 아빤

그 날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신에게 기도했었어


너와 엄마 모두

건강하길 건강하길

건강만 하길


그런데 그거 아니?

살아가면서 큰 위기는

미리 준비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세상 만신에 대한 아빠의 기도가 끝나갈 때쯤

갑자기 전화가 울리는거야


지금 비대면 미팅을 들어올 수 있겠냐는 전화였어

듣기만 해도 되니 들어와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그 순간 아빠는 직감했어

바로 지금이구나. 내가 해낼 시간.


네가 나오려면 시간은 아직 좀 남았고

아빠에겐 빠르게 미팅을 마칠 실력(?)이 있었고

지금까지 잘 버텨온 엄마에게

흠이 생기는 건 용납 못했고

지금까지 잘 자라준 너에게

마지막까지 해낸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거든


빠르게 고민을 끝낸 아빠는

5층 수술실과 9층 입원실을 단숨에 오르 내려와

수술실 앞 대기의자에서 노트북을 촤르륵 펼쳤지


그런데 그거 아니?

살아가면서 정말 정말 큰 위기는

정말로 정말로 미리 준비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걸


'보호자님, 지금 들어오세요!'


미팅을 시작하며 이어폰을 귀에 꽂음과 동시에

아빠를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리더라


'네..? 네,네!!!'


아빤 홀린듯이 분만장으로 뛰어 들어갔어


건강한 너를 만나 감격에 젖은 아빠의 울음 소리와

눈부신 세상을 처음 만나 당황한 너의 울음 소리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건 까맣게 잊은 채로


출산 5일 전까지 PT를 한 엄마와

에어팟을 꽂고 분만실에 들어간 아빠


그 사이에서

대단하게도 놀랍게도 고맙게도

무사히 탄생을 해낸 아이


그러니 아빠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의 네가

해내고 싶은 게 있다면

결국 해낼 수 있을거야


넌 시작부터 해내는 아이였으니까.


반대로 해내고 싶은 게 없대도

그건 그대로 충분할거야


넌 태어난 그 순간 이미 다 해냈으니까.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의 삶을 쥐어줘서 미안했다는 말을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에게 기적을 쥐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조금 길게 풀어 쓴 아빠가.




네가 태어나줘서 배웠어

기적의 순간은 따로 없다는 것

이 순간이 이미 기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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