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난 지 100일에 가까워왔을 즈음
엄마가 아빠에게 물어왔어
"아기 태어난 후로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
"음...한 순간을 꼽는 건 참 어려운 거 같아.
그래도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 아이가 평균일 때마다 행복했던 것 같아 ]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는
숫자에 집착하게 돼
아빠도 그랬던 것 같아
3.43kg
태어났을 때 너의 몸무게를 알게 된 순간부터
숫자에 대한 아빠의 집착은 시작됐어
출생 시 여아 평균 몸무게
생후 30일 평균 수면량
생후 50일 평균 수유량
생후 2개월 평균 신장과 몸무게
생후 3개월 평균 발달 척도
...
아이가 먹는 것. 노는 것. 자는 것. 자라나는 것.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올바른 육아법을 찾기 어려운 시대니까
보통으로만 자라주어도 좋겠다는 아빠의 마음이
평균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거지
그런데 사실 아빠는 말야
네가 태어나기 전엔
평균이란 개념을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었어
이상하게 평균에는 그럴듯한 힘이 있어서
평균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모자라거나 잘못된 것으로 만들어버리곤 하거든
그런데 참 이상하지
네가 태어난 이후로는
너의 몸무게가 평균이라는 사실이 어찌나 고맙던지
너의 접종열이 평균의 발열로 끝나 얼마나 안심했는지
평균적인 시기에 뒤집기를 한 네가 어찌나 대견했는지
[ 너의 평균이 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말야 ]
네가 여전히 건강하며
네가 오늘도 안전하다고 말해주는
그 모든 숫자와 시그널들이
매일매일 고마웠어
그러니 아마 아빠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너에게 평균의 삶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지
좋은 아빠까지는 못 되어도
평균의 아빠 정도는 되어주고 싶으니까
하지만
알고 있어
여느 통계가 말하는 0.8명, 1.5명 같은 사람은
사실 세상에 없는 거니까
아빠가 네게 준 평균의 삶을
언젠간 네 스스로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이
결국 올 거란 걸.
그때 아빠는 서운할 것 같냐고?
아니, 오히려 아빠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
네가 스스로
어떤 평균적이지 않은
선택과 결정을 내린다는 건
그만큼 네가 너 자신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거니까
그렇게
네가 더 단단해진다는 거니까
아빠는 그때도 여전히 널 응원할 거야
알지?
아빠는
너의 평균이 아니라
너의 평생을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이란 걸
네가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말해주는
그 모든 평균들에게 배웠어
평범함이란 건
사실 셀 수 없이 많은 행운의 합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