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아빠이기 위해 아빠가 아닌 시간도 필요했어

by 이다지


세상 고맙게도

너는 아주 잘 먹는 아이였어


태어난 지 15일이 안 됐을 때부터

한 번에 분유 100미리를

숨도 안 쉬고 들이킬 정도로 말야


뿐만 아니야


먹대장이었던만큼

체력도 에너지도 아주 남달랐지


태어난 지 109일 만에

뒤집기와 되집기를 연달아 성공했고

생후 6개월 간 각종 접종에도 접종열 한 번 없었고

체중도 신장도 상위 10% 타이틀을

한 번도 내어 준 적이 없었지


그러다보니

엄마는 아빠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


"

육아를 하며 체력이 가장 아쉬운 순간은

울며 보채는 널 달래기 힘들 때가 아니라

올타임 씩씩이인 너와

더 힘차게 놀아주지 못할 때인 것 같아

"


엄마, 아빠의 몸과 마음의 체력은

결국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전해지게 된다랄까


우리는 결심했어

널 단단하게 키우기 위해서

우리도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네가 자라는 만큼

우리도 엄마로서 아빠로서

더 자라나야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너와 함께하고 너를 돌보는 시간 외에

또 다른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엄마와 아빠는 서로에게

각자의 시간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어


둘 모두 널 돌볼 수 있는 날에는

오전에는 엄마가 너를 돌보고

오후에는 아빠가 널 돌보는 거야

한 명씩 돌아가면서 널 돌보는 거지


그리고 널 돌보지 않은 시간에는

엄마, 아빠 각자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거야


결과적으론 셋이 함께 있는 시간도

너무 소중해서 매번 그렇게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꼭 필요했던 것 같아


아빠이기 위해서

필요했던

아빠가 아닌 시간이었다랄까


정작 물속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고

숲속에서는 산을 볼 수 없듯이

그 시간이 그랬어


아빠로 살아낼 때에는

내가 어떤 아빠인지 좀처럼 체감되지 않지만


거리를 두고 떨어져 보면

부족한 부분들과 채워 넣을 부분들이 보였거든


이땐 마음이 부족했구나

그땐 체력이 부족했구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그 시간들을 통과하며

아빠는 또 하나 배웠던 것 같아


너무나 애정하는 무언가를

더 깊게 더 오래 애정하고 싶을 때는

잠시 애정을 멈추는 것도 방법이라는 걸.


지금까지의 성장추세로 봤을 때

앞으로도 부단히 열정걸일 것 같은 너니까


오늘 아빠는

그런 네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그걸 해내는 너이기 위해서라도

그걸 하지 않는 네가 필요하다고


어떤 마음은

어떤 생각은

멀어질수록 가까워지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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