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처음 태어나고 자란 집은
집 앞에 바로 공원이 있었어
그래서 너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일이 많았지
너를 낳기 전에는
공원이 소중하다는 걸
적당히 알고 적당히 즐겼던 것 같아
너라는 아이가 생긴 후에야
바로 누릴 수 있는 나무와 꽃 곁에서 산다는 일이
값진 기회인 걸 알았으니까
낮의 공원과 밤의 공원 중
우린 밤의 공원을 많이 누렸어
해를 대신해서 가로등 불빛이 가득한
그런 밤의 공원
모든 아기들이 그렇지만
불빛을 참 좋아했던 너는
매번 산책 때마다 가로등 불빛을
무척이나 좋아했어
가로등 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지나간 가로등의 불빛을
온몸으로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몸까지 뒤집어가며 끝까지 보려 했을 정도로 말이야
처음엔 가로등 불빛이란 걸 인지하고
또 좋아하는 네가 신기했어
특정한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
네게도 호불호라는 게 생겨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대견했다랄까
그랬어
그런데 산책을 나가도 나가도
너의 가로등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을 모르더라
지나간 가로등을
목을 꺾어가며 놓치지 않고 계속 보려는 그 의지는
말 그대로 꺾일 줄 몰랐지
그래서 아빠는 언젠가
그런 너에게 이렇게 말했어
"
지금 지나가는 가로등에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이 가로등을 지나쳐도 계속 걸으면
반드시 다음 가로등은 있거든
"
아빠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네게
혼잣말처럼 한 말이었지
그런데 그 말,
온몸을 비틀어가며 뒤돌아보는 네가 안쓰러워서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희한하게 살아가면서 꽤 꾸준하게
다시 아빠 스스로에게 되돌아오더라
누군가와의 인연이나
어떤 기회 같은 것들도
그런 것 같았거든
그땐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지만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다시없을 거 같지만
세상에 꼭 붙잡아야 하는 가로등 같은 건
사실 없으니까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걷기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음 가로등은 반드시 나오니까
그런데 또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어
인연만이 꼭 인연이 아니고
기회만이 꼭 기회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
그저 길에 핀 불빛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지었던 그때의 너처럼
그 순간에 마음껏 행복했다면
결국 지나쳤더라도
이미 그 가로등은 너의 것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