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정말로 잘 웃는 아이였어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웃겨주면 젖꼭지를 뱉어가며 웃는 아이
우는 중에도 까꿍 한 번이면
웃다가 다시 우는 아이
외출했다 돌아오는 나를 발견할 때면
나보다도 먼저 웃는 아이
가끔은 얼떨떨하기도 했어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 내가
너의 그런 웃음을
감히 받아도 되나 싶었거든
그런 너라서
참 다행이고 행복했어
웃음이 많지 않은 내가 아니라
웃음이 많은 엄마를 꼭 닮은 너여서.
맞아. 사실 아빠는
그리 많이 웃는 사람이 아니야
특히 사회 생활 할 때는
더욱 잘 웃지 않는 사람이었지
일할 때 웃는 건
아무래도 덜 필사적으로 보이고
웃음으로 때우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너는 웃는 거야
기어 다니며 웃고
이앓이 하면서도 웃고
매일 똑같은 책을 보고도 웃고
매일 큰 차이 없는 아빠의 장난에도 웃고
심지어 나를 보면
나보다도 먼저 웃는 거지
처음엔 네가 아이니까
잘 웃는 거라고 생각했어
어른이 되면 막상 웃는 게
쉽지 않아지지 하면서
그런데 널 키우면 키울수록
너의 웃음이 꼭 아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구나 싶었어
너라도 힘든 게 어떻게 없겠어
매일매일 자라느라
성장통은 기본값일 거고
다 나왔나 싶으면
또 생살 찢고 나오는 이빨 덕에 입에 피를 물기 일쑤
다양한 이유식이랍시고 주는 음식은
그 맛에 적응해서 즐길만하면 매번 바뀌어갔을 테고
보고 또 봐서 종이책보다 낡아버린 헝겊책은
네게 지루함 그 자체였겠지
너의 웃음 역시
그럼에도였을 거잖아
그럼에도
너는 웃었던 건거지
그렇게 생각해 보니 아빠는 부끄러웠어
상황과 여건을 둘러대며
어른이라는 이유 아닌 이유를 짚어가며
굳이 웃음을 피하면서 살아온 것만 같아서
그때부터였어
아빠가 하루에 한 번
더 웃기로 결심한 건
다행히도 그때 결심한 이후로
지금까지 아빠는 그 결심을 잘 지켜내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는
널 닮아 더 많이 웃는
아빠가 되고 싶어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어색해서 웃지 않는 게 아니라
웃으며 어색함을 날릴 줄 아는 아빠이고 싶고
말도 안 되는 업무 스케줄이 생기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에
씩 한 번 웃어 보이는 아빠이고 싶고
네가 좋은 시간을 걸을 땐
웃으며 함께 걸어주고 싶고
네가 버티는 시간을 보낼 땐
웃음을 잃지 않게 먼저 웃어주고 싶어서
늘 웃는 널 보며 알게 되었어
그저 웃지 않을 뿐
웃지 못할 때란 사실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