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이 넘어가면서
넌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뒤집어 보기 시작했어
헝겊책, 종이책, 꼬꼬맘, 구스파파는 물론
바퀴 달린 자동차부터 크기가 큰 모빌까지
온 세상을 뒤집어 놓을 기세로
정말 모든 걸 뒤집기 시작했지
당시 이유가 궁금했던 아빠는
책도 찾아보고 검색도 해봤지만
소근육 발달 과정이라는 것 외에는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어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한 문장이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어
그 문장은 다음과 같아
“
문이 닫혀 있어도
그 안에 그것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시기
“
이 말,
아빠에겐 이렇게 다가왔어
“
사물의 정면만큼
사물의 이면을
궁금해하는 시기
“
그때 아빠는 괜스레
어떤 아쉬움이 들더라
세상 모든 것엔 이면이 있다는 사실을
네가 너무 빠르게 알아버릴 것만 같아서
아빠는 바랐거든
노래하며 움직이는 꼬꼬맘을
마냥 신기해하는 너이길
꼬꼬맘 바닥에 달려 있는
시시한 작은 바퀴만큼은
천천히 눈치채길
사운드 북에서 들리는 빗방울 소리에
그저 초롱초롱한 너이길
그 뒷면에 숨겨진
작은 스피커의 존재 같은 건
되도록이면 영영 모르길
그렇게 가능한 오랫동안
밝고 좋은 정면들의 세계에
네가 머물러 주기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돌이 가까워진 지금까지도
꼬꼬맘을 좋아하는 널 봐서는
그때 참 미리도 아쉬워했다 싶지만.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바라고 있어
언젠가 네가 꼬꼬맘의
그럴듯하지 않은 뒷면을
눈치채는 날이 오더라도
혹은
언젠가 남들에겐 보이기 싫은
네 스스로의 뒷면이 생기더라도
그것까지 끌어안는 용기가
네 안에 자리 잡고 있기를.
정 끌어안을 수 없는 건
그냥 다시 앞으로 뒤집어버리면 된다는
농담 같은 진리도 이해하는 너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