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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03. 2023

동네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끄적끄적

돌아다니다가 잠깐 쉬러 패스트푸드 가게에 들어갔다.

개인이 하는 가게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내부 시설을 보니 체인점 같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생들만 있는 보통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주인인 듯싶은 중년 여자분이 유니폼 차림새로 아주 열성적으로 일하고 계셨다.



한가한 오후,

점심은 먹지 않았으나 늦은 아침을 배부르게 먹고 나온지라

배가 고픈 건 아니었고.

더구나 햄버거는 거의 안 먹는 식성이라.

음, 그런데 막상 음식 냄새가 코를 스치니 식욕이 솟네.

그래서 감자튀김과 코울슬로, 탄산음료를 주문했고.

자리 잡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치원을 마친 시간쯤이면 늘 그렇듯 각각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왁자지껄 엄마들 테이블 하나.

재잘재잘 초등생들 테이블 하나.

내 음식이 나와 탄산음료를 쪽쪽 빨면서 맹렬하게 감자튀김을 집어먹고 있을 때,

할머니 두 분이 들어오셨다.

80대는 되어 보이는,

세련되거나 멋쟁이가 아닌 정말 할머니들.

없는 머리카락을 바글바글 파마하신 두 분이셨다.


그러니까 동네 패스트푸드 가게에는 나 포함 네 개의 테이블에,

너덧 살 아이들부터 80대로 보이는 할머니 두 분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모인 것이었다.

그 풍경이 왠지 재미있기도 하고 좀 신기하기도 했다.

주말 저녁, 가족들이 모이는 고깃집에서나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가 자리할까, 싶은데.

더구나 패스트푸드와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스스럼없이 들어와 주문하시고, 키오스크를 이용하지는 않으신 듯,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시는 풍경이 좋아 보였다.



옛날 농경시대의 지혜와 공경의 지위를 잃고,

인자함과 너그러운 태도도 없이.

노인들은 그저 잉여의 삶,

연금과 의료보험 적자의 주요인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망상으로 유권자 권리를 행사하는 사리분별없는,

사악한 유튜브에 영혼을 팔아버린 혐오와 경멸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노인들은 자기들끼리 카르텔을 공고히 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경쟁심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젊은이들에게서 받은 소외감을 적대감으로 반사한다.


동네 패스트푸드 가게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두 할머니는 그래서 반가웠다.

젊은이와 노인들이 너무 멀찍이 떨어져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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