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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04. 2023

죄다 1회용

끄적끄적

옛날 집집마다 있던 금성사 선풍기는 우리 집에도 있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분명히 중학생 무렵에도 집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쌩쌩 돌아가는 새 선풍기에 비해 털털거리기는 했지만 고장이 나지 않아서,

어른들은 "신통하다" 하셨지.

끄덕끄덕 거렸지만 그래도 회전도 하고,

1단, 2단, 3단 바람세기도 달리하면서 꽤 오랫동안 우리의 여름을 지켜주었다.



시절에 물건은 한 번 사면 고쳐가면서 오래오래 쓴다는 인식이 있었다.

양말은 기워 신고,

옷은 형제끼리 물려 입고,

살이 부러진 우산은 신기료장수가 고쳐주.

고장 난 가전제품은 당연히 전파사 아저씨가 뚝딱뚝딱 살려내셨다.

그래서 물건은 '장만하는' 거였다.

한번 우리 집에 들어오면 우리와 쭉 함께 하는 거였지.


기술이 훨씬 발달하여 좋은 물건들이 값싸게 만들어지는 이 시대에 오히려 물건은 쓰다 버리는 것이 되었다.

우산 살이 휘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양말은 몇 번 신으면 버리고.

옷도, 신발도 냉큼 사들이고 쉽게 버린다.

얼마 전 혹시 고칠까, 싶어 들고 있던 고장 난 전기요, 찜질기, 여행용 전기레인지 같은 소형 가전제품들을 몽땅 버렸다.

대형 가전제품은 비싼 수리비를 들여서라도 고쳐 쓰지만,

소소한 제품들은 고쳐주는 곳을 찾기도 어렵고.

왔다 갔다 물건 운반도 쉽지 않으며.

수리비가 더 나올 수도 있으니 아예 쓰다가 고장 나면 버리는 용도로 제작되는가 보다.


가전제품은 대형화되고 기능이 훨씬 다양해졌는데,

자동, 인공지능 같은 기능이 추가면서 수리가 지 않다.

1~2년의 AS 기간이 끝나면 출장비에 부속품까지 해서 수리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기껏 수리하러 들고 가도 '못 고쳐요', 사망선고를 듣거나.

해마다 모양과 기능이 살짝 바뀌어 신제품이 출시되니 고장 나면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내용이 망가진 커다란 껍데기는 어디로 갈까?



제법 값나가는 우산을, 

혹시 외출했다가 비가 내릴까 해서 가방 속에만 넣어 다니다가 그만 살이 휘었다.

정작 비 내릴 때는 집 밖에 나가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버리기 아까워 어딘가에 넣어두었는데,

어느 오래된 주택가 동네에 갔다가 길 한편 작은 부스에 쓰인 우산 고친다는 문구를 보았네.

얼마나 반갑던지.

언제 꼭 고장 난 우산 들고 찾아가야지.


나는 모양도 좋으며 튼튼하고 충실하게 만들어진 물건을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아껴 쓰다가,

고장 나면 고쳐 쓰는 옛날 생활 방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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