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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02. 2023

사람의 흔적

끄적끄적

어머니 돌아가시고 3년 반이 넘었다.

살아계실 때 본인이 많은 짐을 정리하셨는데,

그러고도 어머니가 쓰시던 물건을 때마다 정리하는 중이다.

한꺼번에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내가 죽으면 누군가가 한꺼번에 몽땅 폐기물업체에 넘겨버리겠지만.

어머니의 일생을 알고 있는 자식으로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번에 또 한 차례 어머니가 쓰시던 물건을 정리했다.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이어서 요리책도 많고,

스크랩해 두신 자료들도 많으며.

손수 조리방법을 써둔 노트가 정말 많았다.

여태까지 내가 한 번이라도 읽어보겠다고 들고 있었는데

이번에 버렸다.

나의 생활 방식을 볼 때 읽어보기도 쉽지 않으며 따라 하기는 더 어려워 보여서.

기억에 남은 맛으로 어머니의 요리를 재현할 생각이다.


성악하신 분이라 노래책과 악보도 참 많았다.

언제 훑어보기라도 해야지, 하며 들고 있다가.

그것도 요원해 보여서 그냥 버렸다.

주변에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요긴할지 몰라도

인터넷을 접속하면 모든 자료가 튀어나오는 세상이니, 뭐.


바느질을 좋아하신 분이라 옷감과 실, 각종 부재료도 잔뜩이었다.

수십 년 된 옷감이나 실들이 색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자식들에게는 쓸모가 없으니.

바느질하는 이를 찾아서 준다면 유용할지 모르겠으나,

이 또한 어머니를 즐겁게 해 주었으니 그것으로 용도는 다했다고 봐야지.


아직 몇 상자는 남겼다.

돌아가신 지 40년 가까운 아버지 유품도 이번에 상당수를 버렸는데 조금은 남겼다.

그것들도 나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리하겠지.



입던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물건은 오히려 정리가 쉽다.

누가 입을 수도 있으니까.

취미생활에 쓰였던 물건들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그저 폐기물일 뿐이니,

아깝고 안타깝다.


내 생활을 돌아본다.

나이 들수록 간소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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