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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07. 2023

머물다 떠난 뒤

끄적끄적

우리 어머니는 여행 가서 호텔에 묵던 콘도에서 지내던,

떠날 때 방을 깔끔하게 치우셨다.

자식들이 늦잠 자느라 체크아웃 시간에 쫓겨 서두르는 동안  어머니는 동분서주 정리하셨지.

어차피 청소하는 이들이 다시 치울 텐데 그럴 필요 없다는 딸에게,

사람이 그런 게 아니다, 짧게 말씀하셨다.


자신이 죽은 뒤에 마치 새가 잠시 머물다 포르르 날아간 듯,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싶다던 분이 계셨다.

희미한 온기만 남은 텅 빈자리.

멋져 보였다.



이사를 가거나

숙박시설을 이용하거나,

식당에서 밥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에도 자신이 사용한 흔적은 어느 정도 정리하는 편이, 이제는 나도 마음 편하다.

어지르는 사람이나 치우는 사람이나 똑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아무리 청소가 직업이라 해도 난장판을 좋아할 사람은 없으리라.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꼭 남을 배려해서가 아니라도

함부로, 되는대로 살지는 않겠다는 의 자세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내 집이든,

돈을 내고 이용하는 시설이든,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신이 머물다 떠난 자리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대기에 잠깐 나의 향기가 감돌다 사라지겠지.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고.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로 떠난다.

맘껏 쉬고 즐겁게 지내다가 내 떠난 자리는 약간의 온기와 예쁜 깃털 하나만 남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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