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오두막

혼자 놀아요

by 기차는 달려가고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홍지수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내가 어릴 때 우리 아버지는 확고한 신념과 가치관으로 단호하게 살아가는 분으로 보였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내가 아버지의 나이를 살아가면서

우리 아버지 또한 때때로 흔들리고 갈등하셨겠구나, 알겠더라.

다만 아버지이기에 자식들에게 당신이 믿는 올바른 가치관을 보여주려 애쓰셨던 거였다.


내 인생에서 지키고자 하는 어렴풋한 신념과 향하려는 방향은 있었지만

행동이 곧바로 생각을 따라가는 건 아니었으니.

실제 나의 선택이나 행동은 갈팡질팡, 왔다 갔다,계추처럼 흔들렸다.

여전히 모순되는 것들을 동시에 움켜쥐려는 욕심으로 번거로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으나.

다행스럽게도 살아가면서 나의 세계관은 점점 확실해지고

내가 옳다고 믿는 대로 실행하는 범위가 조금씩은 넓어지는 중이다.

감사함.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꽤 유명한 책이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 숲 속에 작은 집을 지어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간 경험과 주변의 자연을 관찰한 기록인데.

그의 단출한 생활은 미니멀리즘에 종종 인용되고.

그가 발견한 숲과 호수와 계절의 아름다움은 생태주의자들이 즐겨 언급한다.

그러나 이 책의 기본 내용은 19세기 중반,

물질적인 욕망에 휘말린 당시 미국의 세속적인 조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오직 인생의 본질에 치중하려는 소로의 치열한 태도와 그 실행이다.

욕심과 유혹에 휘청거리는 나와 달리 소로는 청년시절부터 자신의 가치관에 상당히 확신을 갖고 생활 속에서 실천했나 보았다.

1817년에 태어나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 등 시도한 몇 가지 일에서 심리적인 좌절을 겪은 소로는,

사색하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쓸 수 있는 조용한 환경에 더해,

적은 노동에서 얻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간소하게 생활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삶의 본질로만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던 뉴잉글랜드 콩코드 시 주변,

월든 호숫가 숲에 헌 자재를 구입해 작은 오두막을 지어 1845년 7월 4일에 이사한다.

작은 텃밭에 혼자 먹을 만큼 농사를 짓고,

호수에서 낚시하고.

많이 걷고,

주변을 관찰하고,

드문드문 방문객을 맞이하면서

사유하고 책 읽고 글 쓰는 2년 남짓한 시간을 살았고.

그곳을 떠나 몇 년 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책, <월든>을 펴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면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내가 숨을 거둘 때 깨어 있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가능한 한 체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깊이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정수를 모두 빨아들이고, 굵직한 낫질로 삶이 아닌 모든 것들을 짧게 베어버리고 삶을 극한으로 몰아세워, 최소한의 조건만 갖춘 강인한 스파르타식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 삶이 척박하면 척박한 대로 그것을 온전하고 진실되게 경험하여 세상에 알리고, 황홀한 삶이라면(나의 경험으로는 최상의 삶이었다.) 다음 여정에서 사실대로 밝히리라. (134쪽)


소로는 산업 발달로 재물이 급격하게 늘어나던 당시 미국 사회의 주류적인 생활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신화에서는 우리가 오래전에 인간으로 진화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개미처럼 척박한 삶을 산다. … 우리의 삶은 하찮고 지엽적인 일들로 인해 야금야금 낭비되고 마침내 소진되어 버린다. (135쪽)


집을 장만하느라 인생의 절반을 바치고,

맛난 음식을 탐하며 필요 이상의 옷을 만드느라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소비와 노동의 악순환에 종속되는 삶을 경계한다.

몇 년 간의 경험으로 관습에 질질 끌려가는 생활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소로는 결단을 내린다.


다섯 해 넘게 나는 오직 육체노동으로 생활을 꾸려왔다. 그리고 한 해에 약 여섯 주만 일하면 생활비를 벌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여름의 대부분과 겨울 내내 공부만 할 수 있었다. 나는 한때 학교를 운영해서 지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룬 생활을 했다. 아니, 학교를 운영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고 해야겠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격식에 맞게 생각하고 믿음을 가져야 했을 뿐만 아니라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는데 이런 일들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친 목적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인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나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으므로 학교 운영은 완전히 실패였다. (110쪽)


소로는 자신이 인생에서 구현할 소중한 가치를 말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몇 가지가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자유를 소중하게 여긴다. 나는 고되더라도 잘 견뎌 나갈 자신이 있었고, 아직까지는 비싼 양탄자나 고급 가구를 장만하고 산해진미를 맛보거나 그리스나 고딕 양식의 저택을 짓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진정 중요한 일을 하는 데 방해받지 않고 이 모든 것들을 마련할 수 있으며 그 후에 그것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 않겠다. 어떤 이들은 근면하고 일 자체를 좋아하는 듯하다. 혹은 일에 열중하는 것이 나쁜 일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나는 일용직이 가장 독립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은 일 년에 삼십일에서 사십 일만 해도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일용직 노동자의 일은 해가 지면 마무리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노동과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고용한 사람은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면서 일 년 내내 쉴 틈이 없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우리가 소박하고 현명하게 산다면 이 세상에서의 삶은 고된 시련이 아니라 즐거운 유희라는 것을 나의 신념과 경험을 통해 확신한다.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나라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삶에서 보다 인위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나라들에게는 즐거운 오락처럼 보인다. … 나는 가능한 한 이 세상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삶을 살기 바란다. 그리고 개개인은 자기 부모나 이웃이 간 길이 아니라 자신만이 갈 길을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111, 112쪽)



모두가 생각은 있다 해도 소로처럼 단호할 수는 없겠고.

책의 내용 중에는 우리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월든 호숫가 숲 속에서 보낸 소로의 생활에서 우리는 본질과 군더더기를 구분하려는 노력,

헛된 굴레에서 벗어나 참된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고 배울 수 있겠다.


사회와 사람에게서 거리를 두고,

비어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뜻으로 살아갈 기회를 모색해 보자.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인도 서로 간에 적당히 넓고 자연스러운 경계와 상당히 넓은 중립지대가 필요하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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