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의 차림새

혼자 놀아요

by 기차는 달려가고

종일 집에 있는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동네 한 바퀴 걷기를 다짐하는데.

덥고, 비 내리고, 볕이 따갑고, 몹시 피곤하거나,

세탁기 돌리고 청소하다 보면 집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어머니 병이 심해진 이후로 외출복 입을 일이 없었다.

코로나 기간까지 더해져 생얼에 마스크와 안경을 쓰고 동네 옷차림으로만 살았네.

색조 화장한 지가 언제 적인지.

시간이 오래 지나 거의 쓰지도 않은 색조 화장품을 몽땅 버렸으니 다시 사야 하는데,

하도 오랜만이라 뭘 살 지를 모르겠더라.

구경만 하다가 결정을 못해 그냥 나왔음.



백수에, 집순이로 나이 든 사람의 옷차림을 말해볼까.

(안물안궁이지만요^^)

잘 때는 무조건 편안한 잠옷이다.

낮잠을 자더라도 비몽사몽 중에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얇고 가벼운 재질의 잠옷 바지에 흰색 또는 회색의 면티셔츠, 아니면 원피스 잠옷이다.

여름에는 반바지 잠옷이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털어 어놓고 집옷으로 갈아입는다.

요새는 보통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인데,

잠옷으로 입는 반바지, 티셔츠와는 재질이 다르다.

기능성 옷감으로 만들어진, 집옷 용도로 산 옷들이다.

안 입는 외출복을 집옷으로 전용해도 될 텐데

이상하게 나는 구입할 때부터 옷의 용도를 정해두고는,

그 뒤에는 용도를 바꾸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덥고 땀이 나므로 여름에는 얇은 냉감의 기능성 재질이 편함.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는 헐렁한 전용 원피스로 갈아입고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요.

겨울에는 그 위에 싸구려 롱패딩을 뒤집어쓰지요.


마트나 도서관, 병원 갈 때는 동네 외출복이다.

여름에는 단색의 원피스나- 하늘하늘은 아닌,

스커트에 티셔츠나,

크롭팬츠에 티셔츠를 입는다.

선크림 바르기가, 정확하게는 나중에 닦아내기가, 귀찮아서 챙 달린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가벼운 헝겊 가방을 어깨에 멘다.

초여름에 운동화를 벗고 스포츠샌들을 신었더니 너무 편해서 벗기가 싫다.

나의 예쁜 구두들이 신발장에서 썩어가고 있네요.



예전에 서양 귀족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이랑 장신구를 바꿨다 해서,

참으로 번거롭게 사는구나, 했었는데.

따져보니 이 평민도 하루동안 옷을 여러 번 갈아입는군요.

그러니 혼자, 거의 집에만 있는데도 빨래가 한 무더기.


집순이 백수라고 트레이닝 한 벌로 24시간 살지는 않아요.

암요,

세수는 안 하더라도 옷은 꼬박꼬박 갈아입는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탐색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