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세계 어디를 가도 흔하게 먹고
어느 지역에서나 밥상의 스테디셀러이다.
그냥 찌거나 굽거나 삶아서 따끈따끈한 감자는 소금만 찍어먹어도 맛있고.
감자가 들어가는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도 맛있다.
잘 구워낸 고기 덩어리 옆에는 기름에 굴린 둥그런 감자 조각들,
또는 푹 삶아 으깬 감자가 한 움큼 놓이지.
프렌치프라이야 뭐,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중독이다.
가뭄이나 재해로 먹을 것이 모자랄 때,
나라 경제가 붕괴되었을 때,
감자는 무수한 이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었고.
밀 농사가 안 되는 비 내리는 땅 아일랜드에서 감자마저 병들었을 때는,
대기근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었다.
우리 음식에서 감자는 밥에 넣어 먹거나.
감잣국을 끓이거나 온갖 찌개에 들어간다.
감자를 갈아서, 채를 쳐서 또는 넓적하게 썰어서 부침개를 부치고.
간장으로 조리고,
채 썰어 기름에 볶고,
썩어가는 감자까지 버리지 않고 감자떡을 만들어내지.
우리 집에서는 감자철마다 낑낑 한 상자 사다 두고는,
포실포실하게 삶아 먹고 구워 먹고.
소고기를 다져 넣어 간간한 감자조림을 만들며.
고등어, 조기, 갈치를 소금물에 맑게 지질 때 넙적넙적 자른 감자를 먼저 바닥에 깔고.
매콤한 닭볶음탕에도, 짭조름한 고기조림에도 감자는 반드시 동반한다.
통닭 한 마리에 감자랑 당근, 양파 해서 오븐에 한참을 익히면,
잘 익은 닭과 함께 기름 반지르르한 감자구이가 나온다!
감자 전분은 맛이 깔끔해서 두루두루 음식에 쓰이고.
감자로 만든 과자는 무조건 맛있다.
그렇게 우리가 양식으로, 반찬으로, 간식으로 하루에 먹어대는 감자의 양은 얼마나 될까?
저기 높은 산보다 더 높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감자는 쌀이나 밀가루처럼 우리 밥상에 헌신하여 우리 목숨을 보살펴왔다.
흔하고 얻기 쉬워서 공기처럼, 물처럼 귀히 여기지 않는 감자.
못생겼다고 놀려대는 울퉁불퉁 감자.
하지감자 수확까지 시간이 남은 봄에,
그 가격이 올라가면 슬며시 화가 나는 우리의 감자 씨.
고마운 마음이야.
담백하고 은은한 그 맛을 사랑해.
나서지 않고,
유난스럽지 않은,
세상을 이롭게 하면서도 묵묵하고 한결같은 네게 우리는 깊이 의지하고 있단다.
감자의 덕성을 배워야 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칭찬을 바라지 않으며,
보상과 상관없이 정직하고 착한,
감자의 선량함이 우리 세상을 지켜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