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꾸러미

작고 하찮은

by 기차는 달려가고

갑자기 기온이 오른 봄,

그러고 보니 곧 부활절이네- 하면서

색색의 부활절 계란들이 떠올랐고.

부활절 계란은 곧 볏짚으로 엮은 조각배 같았던 옛날의 계란 포장재를 불러낸다.

멋졌던 볏짚 꾸러미 안에 조르르 안겨있던 하얀 계란 열 알.


맛있고, 영양가 충분하며, 아무리 고급이라 해도 흔한 마트 과자보다 값싼 계란.

요즘은 직접 나가 장을 보지만,

어머니 계실 때는 매주 생협에서 식료품을 배달받았었다.

그때 배달 오시는 분께 항상 삶은 계란과 생수를 드렸었는데,

기사 분은 삶은 계란이 요기가 된다며 고마워하셨다.

전부 가격으로 따져도 음료수 하나 값이나 될까.

달기만 한 음료수보다 삶은 계란이 몸에 훨씬 이롭겠지?



맛있고, 싸고, 언제, 어디에나 있는 계란.

동서양,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오래전부터 먹어온 계란은 인체의 성장과 유지에 대단히 크게 기여해 왔다.

가격이 올랐다 해도 계란 한 알은 영양가나 쓰임에 비해 여전히 저렴하다.


혼자서도 맛있고.

산과 들, 바다의 어떤 산물과도 잘 어울리는 계란은 날 것으로 먹고.

삶거나 굽거나 프라이하거나.

계란말이로, 계란장조림으로, 계란장, 계란찜으로 또 오믈렛으로 변신하면서,

다채로운 맛과 식감으로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해 준다.

도시락에, 자취생 생존 식량으로, 라면에 들어가고,

아이들이 거의 처음 만나는 부드러운 음식,

병들어서도 먹을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식품이다.


짜장면에 동반하며,

함박스테이크에도, 국수전골에도, 어묵탕에도, 떡볶이에도 계란은 한 자리 차지한다.

김밥에 들어가지,

간장계란밥은 계란이 없으면 그저 '걸인의 찬'일 뿐이고.

국수에는 지단으로 올라가.

잡채에도 한 발 들여놓고,

볶음밥에는 필수.

비빔밥에도, 비빔국수에도, 냉면에도 계란이 빠지면 섭섭하다.

빵에, 과자에, 국수 재료에도 이름을 올리는,

어디에나 있는 계란!


계란 하나 톡 깨뜨려 계란빵을 만들고

계란 노른자가 담긴 타르트.

토마토랑 볶아 먹고,

계란죽, 계란탕, 계란국, 까르보나라-계란이 없으면 사라질 음식들이다.

수프, 샐러드, 샌드위치, 덮밥, 오므라이스,

전과 부침개에도 계란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니.



냉장고에는 계란 담는 칸이 따로 있고,

장보기 목록에서 계란은 빠지지 않는다.

가치나 쓰임으로 볼 때 계란 가격은 저렴하다.

어쩌면 그렇게 필수적인 식품이라서 가격을 더 못 올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오직 고기와 알을 생산하기 위해 짧은 생을 허락받은 닭들은 좁은 우리 안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마음이 무겁다.

우리, 행복하게 공존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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