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으로 팔리는 요즘의 공장제 양조간장은 콩과 밀에 누룩균을 넣어 대량생산 한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간장은 메주로 만들었다.
콩을 삶아서, 으깨어, 모양을 잡아 새끼줄에 매단 메주는,
겨울 내내 천장에 매달려 콤콤하게 곰팡이를 피우다가.
설 지나 어느 날 온 집안의 여자들이 으쌰으쌰,
큰 독에 담은 맑은 물에 소금을 휘휘 젓고,
깨끗이 닦은 메주를 담가서는.
발효하고 숙성시키는 한참을 기다려,
그 국물을 걸러 간장을 달였다.
그렇게 시간과 정성과 솜씨를 들인 그 간장으로,
하루 세끼 나물을 무치고, 멸치를 볶고.
국을 끓이고, 장아찌를 담고, 고기를 재운다.
소금으로는 이룰 수 없는 깊은 짭짤함.
오직 간장의 감칠맛만이 혀에 오랜 여운을 남길 수 있다.
옛날 종갓집 설에는 차례 지내러 온 수많은 손님들을,
집에서 담근 간장으로 간을 맞춰 떡국을 대접했단다.
고기도, 멸치도 넣지 않고 맛 좋은 우물물에 간장만 넣어서.
그렇게 좋은 콩으로 손이 많이 가서 거른 간장은 가격이 비싸다.
농사를 짓고, 장을 담그는 고된 과정을 오직 가족들의 노동력과 수고로 해냈는데.
그 과정마다 일일이 가격을 매겨보니 높은 값이 나온 것이다.
식재료의 질은 대체로 가격에 비례하므로,
요리를 하다 보면 고급 재료를 욕심내게 되지만.
아무리 요리 가격을 쳐줘도 식당에서 파는 음식에는 고급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가격을 치르는 손님들이 알아주지도 않으므로.
그저 비슷한 기능의 보통 재료들로 눈과 혀 끝을 매혹하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최고급 식재료는, 특히 양념의 경우, 주부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가정에서만 소비된다.
향긋하고 달달하기까지 한 작은 간장 한 병에 손이 나갔다가 가격에 흠칫했지만.
에잇,
그래봤자 밖에서 밥 한 끼 먹는 값인걸,
눈 딱 감고 사고 말았다.
소중한 내 간장 한 방울.
아껴, 아껴먹는다네.
공장에서 가격을 낮춘 식재료들이 대량생산 되면서,
우리는 옛날 사람들보다 훨씬 싸고, 쉽게 간장을 사게 되었다.
그래서 덜 좋은 재료라도 아끼지 않는 양념 맛으로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게 되었는데.
비싸지도 않고 흔하디 흔한 양념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식당, 내 앞에 간장과 식초를 조르르 따라놓고는 한두 번 찍어먹고 남긴다.
테이블에 놓인 양념들은 사용되기보다 버려지는 양이 훨씬 많을 것이다.
설거지거리가 되어 부엌으로 간 먹다 남긴 간장과 식초는 그대로 하수구에 버려져서
물을 오염시키고 바다로 흘러들 테니.
작고 세세한 이런 부분에도 마음을 쓰고 습관을 바꾸면 좋겠다.
누군가가 무엇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낼 때는 기쁘게 그 쓰임이 다하기를 바랄 것이다.
간장 한 방울도 요리의 맛을 내는 본래의 쓰임을 다하기를,
그냥 버려지지 않기를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