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이 열렸다.
강가에 자리 잡은 장터에는 트럭에 물건을 실은 전문 판매상이 더 많지만,
오일장의 대세는 할머니들이다.
장 보러 오는 할머니도, 물건 팔러 오는 할머니도,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셨다.
키 작고 등 굽은 할머니들이 기운도 좋으시지,
상자에, 보따리에, 양푼에,
바리바리 물건을 싸오셨다.
마을에 들어오는 첫 버스를 기다려,
차 안으로 보따리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는
맨 나중에 끄응,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올리셨겠지.
양팔도 제대로 못 뻗을 좁은 자리에 쪼그리고 앉은 할머니는,
손으로는 연신 밤 껍데기를 까면서 가끔 머리를 들어 오가는 손님들을 쳐다본다.
사람들은 헤엄치는 물고기 마냥 장사꾼들 사이를 유유히 흘러 다니누만,
왜 내 물건을 탐내는 손님은 아직 나타나지 않나?
할머니가 직접 농사 지어 손질한 잡곡, 나물은, 개시 전이다.
제철 산나물을 양푼 가득 늘어놓은 할머니의 고객이 되면 동시에 제자 자격을 얻는다.
어떻게 손질하는지, 뭘 넣어 조리하면 더 맛있는지,
술술 풀어놓으신다.
평생 쉴 틈 없이 몸을 재게 놀리며 땅에서 먹을 것을 구해 내 새끼들 키워낸 공력이겠다.
오랫동안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게 더 많았던 할머니의 몸은 점점 사그라들어,
바구니 사이에 웅크린 할머니는 꼭 공 뭉치 같다.
여행을 가면 되도록 재래시장, 가능하면 오일장에 들린다.
시장에 가면 그 지역 분들의 생활상을 상상할 수 있다.
납작 엎드린 통닭 튀김, 두툼한 손두부, 각양각색 떡집, 짭짤한 밑반찬에.
손님이 가득 찬 순대, 튀김, 떡볶이 가게 주인은 빠른 손놀림으로 열 몫은 하신다.
할아버지들은 국숫집에 모여 계신다.
국수 한 그릇, 소주 한 잔.
오늘 사교는 이걸로.
오색 영롱한 양말,
가게 천정에 주르르 매달린 알록달록 할머니의 고쟁이는 스테디셀러인가 보다.
주방기구 가게 벽면은 크고 작은 스텐 도구들로 가득하고,
저렴한 생활용품 가게에는 손님이 많다.
그런데 물건들이 서울보다 비싸...
시장에는 사려는 손님보다 팔려는 상인들이 더 많다.
뒷 통로에는 덧문 내린 빈 가게들이.
저기 모퉁이, 출입이 빈번한 곳은 로또 가게구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빠듯한 살림살이에서 숨 한번 크게 내쉴 수 있을까,
이번 주, 인생역전을 기대해보자.
살기에 지친 자, 새벽 도매시장에 가보라 했다.
생존의 열기와 활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
눈은 초롱초롱하고, 땀은 몸을 적신다.
고단한 삶과 그럼에도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삶의 현장.
정신이 번쩍 든다.
나약하고 하는 것 없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한때 활발했을 시골 시장은 이제 낡고 뒤떨어져 겨우겨우 꾸려가는 형편이다.
관에서 돈 들여 지붕도 얹고 밝은 빛깔로 간판도 새로 해달았는데,
어째 영 어색하구나.
여행자는 재미 삼아 시장을 기웃거리며 몇 가지 기념품을 집어 드는데.
여행자가 돌아가면 시장은 다시 평소의 쓸쓸한 풍경이 된다.
뒤쳐지고 소외된 시골장은 고스란히 지난 시절의 생활방식으로 꾸려진다.
옷을 차려입은 근방의 할아버지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할머니들은 소소한 먹을거리를 팔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그래서 먼 곳에서 온 나그네는 시장을 찾아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짐작하고,
그 정취를 기억에 남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