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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16. 2024

여행의 동반자

끄적끄적

거의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 데다 치과까지 다닌다.

치과 치료도 최소한 두 달이라 나날이 따스해지는 이 봄에 인상 찌푸리고 서울을 지키는 중입니다.

병원 다니는 것도 일이라 몸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치료받고 오면 지치고 허기져서 잔뜩 먹고는 와병 모드에 돌입한다.

병원 출입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몸이 꼼짝을 못 하니 마음만 두둥실 세계를 돌아다닌다.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군.

건강한 여행자로 막 돌아다니는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혼자 갈 수 있는 곳,

동행이 있어야 갈 만한 곳을 가려보는데.

분명히 혼자 다니기에는 겁 나는 여행지가 있거든.

그래서 여행에 동반할 만한 사람을 떠올려보지만,

없다!

아무도.


세상을 손절해 버려서 곁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을 만큼 잘 맞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손절한 것일 수도 있겠지.

여행은 마음과 취향이 맞아야 기분 좋게 다닐 수 있는데.

이에 더해 저질체력인 나는 한없이 늘어지는 템포라서 비슷한 여행 스타일의 사람 찾기가 힘들고.

아니라면 제각각의 체력과 취향대로 '따로 또 같이' 여행할 수 있는 동반자여야 하는데,

동행이 있는 여행지에서 혼자 다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머니랑 여행 가면 모르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부러워해서

모녀 여행이 여건 상 쉽지 않은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깨달았다.

여건이 안 되어 모녀가 함께 여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겠지만.

가족끼리, 모녀가 잘 맞아서, 또는 서로 맞춰가면서 사이좋게 여행할 수 있는 관계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아무리 가족이라도, 어쩌면 서로 잘 아는 가족이라서 신경이 곤두서는 여행지에서 내내 붙어 다니기가 두려울 수 있겠다.

그러니까 그분들은 우리 모녀가 대체로 오손도손 사이좋게 여행할 수 있는 관계가 부러웠던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여행도 자 가지 뭐.

먼저 튼튼해져야 해.

짐도 너끈히 들고 다니고,

아침부터 일어나 뽈뽈뽈뽈,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돌아다니고 싶습니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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