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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14. 2024

남자의 꿈, 여자의 꿈

끄적끄적

중국 현대소설을 읽었다.

한때는 중국 문학을 꽤 읽었는데 현대 작품 중에 정서가 거칠다고 할까,

과장되고 극단적인 억센 표현들이 많아서 흥미를 잃었다.

나랑은 안 맞음.

그런데 요새 유튜브로 중국 여행 콘텐츠를 자주 보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호평받는다는 젊은 작가의 소설을 빌려왔다.



우리나라 소설에서도 꽤 강하게 드러나는 정서이고

서구 소설에도 비슷한 정서가 읽히는데.

남성들 입장에서 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신에 대한 여인 사랑에 기대가 참 높다는 소감이 든다.

여자인 내 입장에서 볼 때는 기대가 높은 걸 넘어 어처구니가 없다.


소설에서 사랑은 단지 남녀 간의 사랑, 부부의 사랑, 애인의 사랑만이 아니라,

베이징이라는 화려한 대도시와 고향인 고즈넉한 소도시,

위험한 야망과 잔잔한 일상을 대비하는 것이라서,

일종의 은유이고 애정문제만은 아니지만.

대체로 문학 속 젊은 남자들이 꿈꾸는 남녀 간의 사랑이란,

남자가 방황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실패해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여자는 혼자 조용히, 절대 남자를 괴롭히지 않고 한결같이 자신을 사랑해 주면서 언제까지나 반듯한 모습으로,

한없이 기다려주는 따스하고 너그러운 것이다.

심지어 사고를 쳐서 고난에 빠졌을 때,

짠 하고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고는 자신을 전혀 비난하지 않고 온유하게 품어주어야 하지.

미침.


나는 뭔 짓을 해도 말이지,

너는 날 사랑해야 해!, 라니.

아니, 무슨 댓 살짜리 꼬맹이도 아니고.



하긴 여자도 마찬가지거든요.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한 기대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 게 아닌가, 싶고.

손에 물 묻히지 않고 사치품으로 몸을 휘감게 해 주는 부유함을 제공하면서.

내가 화를 내도 그냥 예뻐하고,

인생의 짐은 남자 혼자 다 들면서 짜증 내거나 생색내면 안 되고,

언제까지나 나만 바라보면서 나만 사랑해야 해!, 하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기대라니.

이것도 미침.


나도 소설에 푹 빠져서 그릇된 애정관으로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 할 말은 없습니다만.

남녀 칠 세 부동석을 벗어난 지 오래여서 서로 만나 상대방을 탐색할 기회가 많아진 지금도

부자도 드라마로 배우고,

사랑도 드라마로 배워서는.

(그 드라마 작가 또한 드라마로 세상을 배웠음.)


에고,

어렵습니다.

꿈속에서나 사랑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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