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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30. 2024

부자라서 좋을 때

끄적끄적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돈이 생기면 뭘 하겠냐는 질문이 가끔 보인다.

집, 차, 해외여행, 사치품 같은 대답이 주종을 이룬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박중서 옮김, 까치)를 읽었다.

오래된 목사관에서 살고 있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현대생활의 편리함을 누리기까지 생활과 관련된 그 모든 것들의 발전사를 다룬다.

지독히 세세하게 말이다.

산업과 발명의 서구 근대시기에 참으로 많은 거부가 나타났더라.

갑자기 손에 쥐게 된 큰돈을 쓰는 방식은 비슷했는데,

두 사람은 내 눈길을 끌었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두면서 빠른 시간에 어마어마한 돈을 쓸어 담은 갑부들이 속출했다.

이들은 지방에 엄청난 규모의 땅을 사서 방이 수백 개에 이르는 대저택을 지었다.

내부는 휘황찬란한 고가품과 온갖 예술품, 골동품을 채워 넣고 하인 군단을 거느리는 이전 시대의 귀족 놀음을 흉내 냈지.

하지만 저택은 거의 비어있었고 어쩌다 한번 들러서 대규모 파티를 열었다.


시간이 흘러 이번에는 미국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대량생산으로 벼락부자들이 쏟아졌다.

일차대전 전까지는 소득세가 없어서 버는 돈은 몽땅 자기 주머니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들 또한 지역에 성 같은 저택을 짓고 쇠락해 가는 유럽 귀족들의 저택을 채우고 있던 대부분의 물건들을 자기 집으로 가져왔다.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소설이다.



전화기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여러 사람들이 해온 발전과 아이디어를 훔친 것으로 현재는 규명되고 있단다. 그의 업적은 오히려 과학 발전의 토대가 되고, 또 장애인을 위한 공익사업에 있는 것 같다.) 그레이엄 벨은,

조수 토머스 A. 왓슨의 공을 인정해서 27세의 그에게 회사 지분 10%를 주었다.

전화기가 성공하면서 갑부가 된 왓슨은 일을 그만두고 자기 마음대로 살기 시작한다.

즉, 세계여행을 하고 책을 읽더니, MIT에 들어가서 지질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이후 조선소를 차렸으나 사업이라는 스트레스와 의무감에 냉큼 회사를 양도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하거나 유사 공산주의자를 추종하기도 하고.

영국으로 이사해서는 연기에 흥미를 느끼고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공연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81세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즐겁게 사셨던 듯.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 다른 소비생활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개츠비처럼 살지 않은 건 맞아 보인다.


인터넷으로 화학비료 발명가를 검색하면 독일의 프란츠 하버만 나온다.

책에 따르면 미국의 존 베넷 로스라는 인물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이 사람은 집이 부유해서 어릴 때부터 집에 연구시설을 갖추고 취미인 화학 연구를 혼자 해왔다고 한다.

돈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해오다가 그것이 사회에 도움도 되고 자신에게 부유함을 가져온 해피엔딩이 되었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도 집이 부유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생활에 몰두할 수 있었다.

다만 젊은 시절에는 자식들의 성공을 강조했던 아버지에게 '나 잘하고 있어요'를 증명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나의 추측이 있기는 하다.


다들 돈이 많기를 바란다.

돈을 바라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 돈이 왜 갖고 싶은지,

그 돈으로 뭘 할지도 미리미리 고민해야 한다.

생각하다 보면 돈이 정말 필요한지,

얼마 정도면 될지,

내 인생에서 우선순위를 고민할 수 있다.

좋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도 당신 맘이고

뽐내는 것도 니 맘이십니다만.

돈이 있어서 진짜 좋은 점은 소비나 소유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참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두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획득한다는 점,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계에 발이 묶여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게 돈 없는 자, 의 운명인데.

그 족쇄에서 벗어났으면 자유로워야지,

왜 자신과 남들에게 자기가 이제는 부자라는 사실을 인정받으려고,

그렇게도 번잡스럽게 살까?



그나저나 좋아 보이는 영국 시골의 오래된 집에는 지금도 쥐가 서식한단다.

쥐덫으로 잡는다고.

영국의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싹 날아가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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