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하게 산다는 건,
우선 핵심이 되는 물건만 소유해서 생활과 마음의 번잡함을 줄인다는 의미겠다.
문득 내 삶이 왜 이리 피곤하지? 느낄 때.
주변을 둘러보니 쓰지 않는 또는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깨끗이 청소해서 말끔하게 정돈된 환경을 만드니 기분이 훨씬 홀가분해졌다, 뭐 이런 과정이겠지.
물건 정리가 미니멀하려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라면.
인간관계나 욕망의 정리는 물건 정리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측면이다.
안 쓰는 물건은 내보냈지만 번잡한 마음은 여전해서
매일 여기저기 전화 돌려서 시시콜콜 떠들고,
매달 모여 앉아 남들 얘기, 돈 얘기로 목이 쉬고.
단톡방까지 수시로 들락날락,
하루종일 시끌시끌하면 마음이 고요할 새가 없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거의 묵언수행하며 살아가는 나로서는,
잔뜩 쌓인 짐 말고는
인간관계나 욕심이라는 면에서는 대체로 미니멀을 이루어 고요히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생활은 서울 같은 대도시라서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들 바쁘고 오가는 사람이 많으니까 남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만 잘 닫으면 누가 찾아와서 굳이 문을 두드리지는 않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 놀아서 하루종일 입 다물고 밥과 책과 인터넷으로 심심하지 않게 지내지만.
밖에 나가면 나가는 대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있고,
언제든지 전시회나 공연을 볼 수 있으며
박물관, 미술관, 고궁과 공원.
또 다양한 카페와 식당까지 혼자 놀러 다닐 곳이 많다.
물건 사기는 좀 쉬운가?
줄줄이 상점이지,
온라인 주문은 다음날에 달려오네.
무엇보다 대중교통.
자동차 관리나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미니멀하게 사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유리멘털이 점점 더 외부 자극에 취약해지고 있어서 그로 인한 손해는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인데.
어쨌든 잔잔한 고요함으로 지내는 날들이 참 좋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대도시 안에서 동그마니 철벽을 치고
그 안에서 고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