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밖에서 사 먹는 요리들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거의 집에 있는 데다가,

밖에 나가도 오후 몇 시간 내에 일을 마치고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하며.

느릿느릿, 긴 시간, 줄줄이 먹어대는 집밥을 애정하는 사람이라서.

밖에서 밥 사 먹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내 입맛에 맞춰, 그때그때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해 먹는다.



그래도 가끔 밥 하기 싫다거나,

특정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일부러 밥 먹으러 나갈 때가 있다.

우리 한식은 맛있고 다양하고,

극단의, 변덕스러운 우리나라 날씨에 부합하는 음식이 정말 발달했는데.

막상 혼자 식당에 가서 주문하려면 제한되는 종류가 적지 않다.

여럿이 둘러앉아 나눠먹어야 맛있는 메뉴가 꽤 많거든.


나는 기름 처리 문제로 집에서 튀김 요리는 하지 않기 때문에,

돈가스, 일식 튀김 요리는 무조건 식당에 간다.

방금 튀겨 나온 그 맛이 얼마나 좋게요.

기름 흥건한 튀김은 싫지만요.


함박 스테이크도 식당에서 먹는다.

1980년 대 스타일의 경양식 식당에서 함박 정식을 주문하지.

혼자 먹겠다고 소스까지 만드는 건 너무 번거롭거든.



설렁탕, 삼계탕, 낙지 요리, 탕수육, 난자완즈-

식당에서 사 먹어야 맛이 나는 메뉴가 적지 않다.

오마카세나 파인 다이닝의 값비싼 요리도 맛있겠지만.

온갖 요리가 다 나오는 뷔페 식당을 좋아하는 대식가도 있지만.

레트로트 식품들이 나날이 발전하고,

별의별 요리들이 다 배달 가능한 이 시대에.


나는 특유의 분위기를 갖는 식당을 좋아한다.

주인과 주방 스태프들과 손님들이 무언의 격려를 주고받는 듯한,

뭔가 으쌰으쌰 하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장소가 있다.

맛있죠?

우리 밥 먹고 힘내요!

뭐 이런 느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절 없는 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