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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실종이나 연근은 맛있네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고온다습 여름이 극성을 부리다가

갑자기 4~5도 떨어져서, 이제 살 만하네, 싶더니.

계속 비가 주룩주룩 내리다가 느닷없는 추위가 닥쳤다.

우리가 알던 그 아름다운 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연근은 1년 내내 구할 수 있지만 요만 때부터가 수확기인가 보다.

지금 시장에 나오는 연근은 사각사각하고 수분이 많다.

더 추워지면 연근에 전분이 많아져서 식감이 좀 눅진해진달까.

요즘 수확하는 연근이 채소 느낌이라면,

겨울에 나오는 연근은 식량 같은 기분이다.

요즘 나는 연근이 맛있어서 한 주머니 사다가 온갖 반찬에 넣어먹는 중이다.


예전에는 책으로 보았던 사찰음식을 이제는 유튜브로 보는데.

콩, 들깨가루와 함께 연근은 사찰음식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는 식재료로 보인다.

연근을 항상 먹지는 않는 우리는 연근 손질에 공을 들여서 식초 물에 담그고,

끓는 물에 데치고, 하는데.

밥상에서 매우 익숙한 연근이라 그런지 스님들은 그냥 쓱쓱 잘라서 들기름에 굽거나 찜기에 찌거나 하시더라.

나도 따라 해 보니 오, 괜찮아요.


요새 내 식대로 먹은 연근 요리를 소개하자면,

물오징어 볶음에 연근을 넣어봤다.

먼저 기름 두른 팬에 연근을 굽는다.

살짝 익어갈 때 썰어둔 오징어를 넣고 볶으면서.

미리 섞어놓은 간장 양념,

칼칼한 맛을 내려고 매운 고추와 대파를 넣고.

센 불에 휘휘 섞으면서 볶았다.

간이 잘 밴 연근의 그 사각거리는 식감이 아주 좋았다.


제육볶음에 넣어도 맛있음.

두툼하게 자른 삼겹살을 샀다.

삼겹살은 입에 들어가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등의 양념에 하루 재웠다가.

달군 팬에 기름 두르고 도톰하게 자른 연근을 굽다 고기 투하.

마늘, 대파, 매운 고추도 넣고요.

필요하면 양념을 더 넣어요.

요렇게 고추장 양념에 돼지고기 맛까지 배인 연근도 맛있네요.

오징어 볶음에 넣은 연근과 또 다른 맛임.



늘 해 먹던 찜, 들깻가루 샐러드, 연근조림, 연근 전, 피클 말고,

여러 방식으로 응용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구나.

다재다능한 식재료 연근.

당분간 계속 먹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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