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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 밥

음식에 관한 단상

by 기차는 달려가고

날씨를 못 이기는 저질체력자, 호흡기 환자에게 환절기는 고역이다.

길고 긴 무더위로 바닥이 된 체력이,

올해처럼 가을이어야 할 시점에 비가 많이 내리다가 기온이 널뛰기를 하면,

그냥저냥 하던 몸상태라도 순간 돌변한다.


콧물 줄줄 흐르고,

머리 아프고,

으슬으슬 춥고,

속이 메슥거리는 등등.

어우, 괴롭습니다.



그럼에도 입맛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요.

내가 자랄 때도 건강이 안 좋았기에 우리 어머니는,

저렇게 잘 먹는데 왜 이리 몸이 약하니, 하시면서.

도대체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셨다.

잘 먹어서 이만큼이라도 사는 건지.

먹기만 할 뿐, 운동을 안 해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운동할 힘이 없고,

그래서 근력이 떨어져 몸이 더 안 좋아지는가,

확실히 어떤 악순환 중에 있는 듯하다.


하여간 몸 상태가 나빠도 밥은 꼬박꼬박 챙깁니다.

맛있게요.

혼자 먹는 밥상은 간단해서,

매번 바뀌는 고기나 해산물 반찬 한 가지.

그리고 김치나 장아찌 종류.

국이나 찌개는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가 많고요.

멸치볶음 같은 밑반찬은 있으면 내놓지만 없을 때가 더 많아요.

그래서 고기나 해산물 요리에 되도록 채소를 넣으려 한다.

연근, 그린빈, 양파, 고추, 깻잎, 대파, 등등

밥은 잡곡을 조금 넣거나 현미밥이거나.


요 며칠 연달아 버섯밥을 한다.

쌀을 기름에 볶거나 하는 기술은 들어가지 않고,

흰쌀밥을 짓다가 물기가 잦아드는 시점에

표고버섯 듬뿍,

매운 고추는 잘게 썰어 넣는다.

여기에 새송이버섯을 추가하기도 하고,

말린 가지가 있어서 물에 불려서 조금 넣기도 하고.

얇게 저민 연근이나 심심하게 볶은 시래기나물을 얹기도 하지.

충분히 뜸이 들면 뚜껑을 열어 김이 오르는 버섯밥을 퍼요. 버섯밥에 양념장을 얹어 비비는데,

고소한 맛을 원하면 김가루 추천.

요때 김가루는 기름이나 다른 양념 없이,

생김을 살짝 구워서 부순 돌김으로 만든 돌김가루가 최고.

(비쌈)


버섯밥에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다 소고기, 오리고기가 잘 어울린다는 건 내 입맛이고.

해산물로는 생선보다 새우나 오징어 요리가 잘 맞는다는 입장임.


맛있다고 더, 더, 더 먹다가 소화 안 돼서 고생함.

이 무슨 어리석은 식탐인지.

우쨌든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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