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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없는 토마토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우리 음식은 그 재료가 무궁무진하다.

고기의 경우, 다른 나라 사람들은 버리는 뼈와 내장까지 맛있게 요리해 먹어서,

소 한 마리 잡으면 가죽이나 남겠지.

닭이나 돼지의 경우, 털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다.


남들은 독초라고 손도 안 대는 고사리 같은 독성 식물들도,

데치고 말리고 우려내어 무치거나,

소금에 절이거나 간장에 담가서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다른 문화권에서 보편적인 양고기는 우리 전통 음식에 없고.

지금도 소, 돼지, 닭처럼 널리 먹는 식재료는 아니다.

우리 어릴 때 토마토는 여름 과일로 먹었다.

마당 한구석에 토마토 모종 몇 그루 심어두어서 어쩌다 열매가 맺히면 신기해하고.

녹색의 작은 열매가 점점 굵어지다가 벌그스름 색이 오르면 그 단단한 감촉에 즐거워하곤 했었다.


토마토는 이제 건강식품이 되어 사시사철 아무 때나 살 수 있다.

단 가격이 문제라,

7월에는 토마토 가격이 낮았었는데 다시 가파르게 오르막 행 중이다.

샐러드는 물론 샌드위치와 햄버거에도 등장하고.

중국풍으로 계란과 함께 볶는 요리도 있는데.

간식이 아닌 식재료로 우리 밥상에 토마토가 오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거의 모든 것을 요리하는 우리 식생활로 볼 때 이례적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과일이 엄청나게 달아졌다.

토마토도 많이 달아지고 맛있어진 품목 중 하나.

예전 토마토를 떠올리면 달지도 않고 풋내가 나서 과일보다 채소에 가까웠는데,

왜 우리는 과일처럼 먹었을까?



내일 먹을 채소와 과일을 썰다가 갑자기 설탕 뿌린 토마토 생각이 나서,

토마토 한 접시 덜어 설탕을 뿌려 보았다.

어릴 때 설탕 뿌린 토마토를 다 먹으면 접시에 흥건하게 고인

설탕 들어간 토마토 과즙이 그렇게나 맛있었는데.

음,

그때 맛이 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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