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날 궂은 토요일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내 기억으로는,

지난가을 이후 날씨 좋은 주말이 드문 느낌이다.

얼마 전 토요일에도 날씨가 나쁘다고 쓴 것 같은데.

오늘은 또 역대급 강풍이 불고 있다니.

연말 선물이라고 조카손녀에게 보낸 과자가 맛있다 한다 해서,

두어 통 더 보내야겠다, 싶어 백화점에 가려던 나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강풍에 관한 글들과 지자체에서 보내는 경고 메시지에 놀라 집에 있기로 한다.



주말이나 평일이나 상관없는 백수인 나의 외출 여부는

필요와 내 몸 상태와 날씨가 결정적인 요인이라서.

이렇게 바람이 심해서 걷기조차 힘들고.

구조물들이 바람에 떠다닌다는 위험한 날씨에는 집을 지켜야지.


오늘도 나는 방에 콕 들어앉아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다가,

컬러링 북에 색칠도 하다가.

따끈한 차를 마시고.

의자에 앉아서 허리를 바로 세웠다가,

길게 몸을 늘어뜨렸다가 하면서.

휴대폰을 붙들었다,

책을 펼쳤다, 하며.

창밖, 수시로 변하는 밝거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본다.



날이 추우면 뜨끈한 국물 음식이 떠오른다.

요즘 국물 음식을 자주 먹는데.

오늘 저녁에는 간장 양념에 재운 고기를 굽고.

어제 끊여서 먹고 남은 우렁 된장찌개를 데워야지.

고기, 된장찌개, 배추김치는 최고의 짝꿍.


오늘도 이렇게 고요하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바깥세상은 시끄럽고 험해서

국제 정세는 자꾸자꾸 위태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데.

나는 거의 태아 수준으로 온화한 둥지 안에 담긴 기분이다.

사실 제 형편이 그렇게 안전하지 않은데요.

아 몰라,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실컷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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