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을 대비하는 백수의 자세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외부 일정이 강제되지 않는 백수는 나가고 싶을 때만 집을 나서면 된다.

날씨가 나쁘거나,

내키지 않거나, 할 때는 몇 날 며칠이고 두문불출이 가능함.

집순이인 나로서는 굉장한 특권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백수라 해도 체질에 맞고 상황도 허락되어야 누릴 수 있는 지극히 적은 혜택이라,

백수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닐 거다.


지난 목요일, 금요일, 연달아 병원에 다녀왔는데 마치 봄처럼 포근한 날씨였다.

얇은 패딩만 입어도 따스하더라.

그래서 이번 겨울은 대체로 기온이 높고,

강추위라 해도 짧게 지나가 다행, 이라 했는데.

응? 아니!

하듯 다음 주 내내 강추위가 지속될 거란다.



그래서 오늘 바쁘다.

온 집안 걸레질까지 하는 청소를 했고,

쓰레기는 싹싹 긁어 내놓았다.

양념으로 쓸 마늘, 대파, 고추를 손질해서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도록 고구마는 껍질을 벗겼지.

계란 10알은 오븐에 구웠네.

방울토마토, 사과는 씻어서 냉장고 행.

금세 먹을 수 있게 오렌지도 껍질을 벗겼음.

저녁에는 이틀은 먹게 반찬 세 가지를 넉넉하게 만들려 한다.

물에 담겨있는 병아리콩은 자기 전에 삶아두고.

반찬 만드는 동안 세탁기를 돌리자.


추위가 덜한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잔뜩 빌려올 생각이고.

아,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넉넉하게 사 와야겠다.

채소와 과일은 주중에 상자로 배송받아 쌓아 두었다.

고기와 빵 종류도 사두었지.

이 정도면 다음 주 내내 동굴에서 안 나와도 될 텐데요.


하필 한파가 극성인 날 강연 하나를 예약해 두었음.

털신 신고 나갈 예정.

나간 김에 외식까지 하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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