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굉장히 추운 날인데.
창 밖으로 보이는 햇살은 밝다.
내내 비슷한 온도의 실내에만 있는 입장에서 바깥의 강추위가 실감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치가 증명하는 바,
나는 집에 꼼짝 않고 들어앉아서 계속 무언가를 먹어대는 중이다.
먹고 치우고 책도 들었다 놨다,
요새는 파키스탄 훈자 풍경에 홀려서 틈틈이 훈자 여행 콘텐츠를 본다.
저렇게 장엄한 풍경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인간계의 치졸하고 자잘한 갈등쯤이야 훌훌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다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소소하면서도 쉽게 떨칠 수 없는 갈등 중 상당 부분이 말 때문이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고.
그중에서도 가장 실익 없는 부류가 빈정거리고 삐죽거리는 레토릭이지, 싶다.
그러니까 대놓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삼키는 것도 아닌.
사실 상대방을 탓하기 뭐 한,
그저 자신이 느끼는 불유쾌한 기분을 비꼬아서 훅 내놓는 건데.
어떤 사람이 노부부 사이에 끼어 며칠을 지내게 됐단다.
그전에 부인으로부터 자기 남편의 이기적인 언행에 관해 수없이 들어서,
부인을 안쓰럽게 여기고 있던 차였다.
같이 지내보니 역시 남편 되는 분은 자기만 아는 사람이었고.
그럴 때마다 부인은 큰소리는 절대 아니나 상대방 귀에는 똑똑이 들릴 만한 목소리로 빈정거리는데.
6~70여 년 전,
자신은 지방 소도시 중심가 출신이고 남편은 그 주변 지역 사람이라며,
아이고 그렇지. 촌놈이 뭘 알겠어, 한다거나.
남편이 밥을 좀 맛없게 드시니까,
흥, 부자도 못 되는 양반이 반찬 투정은 임금님 급이네, 하면서 반찬그릇을 옆으로 획 밀쳐낸다거나.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상을 차려내면서 그렇게 삐죽거리고
빈정거리고,
눈과 입을 세모로 쭉 찢으면서 입을 다물지 않으시더란다.
남편은 절대 안 들리는 듯 딴청을 부리는데
그러면서도 자기 부인을 알뜰하게 부려먹고.
그 부인은 또 온갖 독설은 다 내놓으면서도 그걸 다 해주더라는 것이었다.
가시가 돋은 말을 쉼 없이 내뱉으면서.
그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며칠을 지냈더니,
지옥이 따로 없구나, 싶으면서.
그동안 부인에 대해 가졌던 연민이 싹 사라졌다고 하더라.
제삼자로서는,
저렇게 빈정거릴 힘이 있으면 진즉에 남편과 대놓고 싸워서 뭐라도 고치던지.
아니면 해탈을 해서 자신의 마음이라도 평화를 얻지, 답답하지만.
당사자들로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역사와 사정이 있겠지.
분명한 건 그렇게 빈정거리는 말투는 상대방의 심사만 건드려 분노를 키울 뿐.
어떤 건설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자 지내면서 지난날 나의 언행이 종종 떠오르는데.
뭘 모르고 날뛰었던 청춘 시절을 보냈던 나는,
40년도 더 지나 굉장히 미안했구나, 하는 걸 비로소 알게 되어.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누구의 귀에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안해,를 외치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 단연 좋은 점이 말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시 걸러지지 않은 말은 삼키는 편이 낫다.
침묵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