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분들 병원 문제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느낀 문제인데,

내가 환자로 병원을 출입하면서 더 절실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리저리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답은 없다.

하지만 이게 본인 일이 되기 전에는 모르는 상황이라서.

알고나 있습시다, 하는 차원에서 글을 써본다.



치유되지 않는, 갈수록 악화되어 고통스럽기만 한 병을 앓다 보면,

환자도, 보호자도 무기력해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반년이 더 지난 지금도 매일매일 어머니 투병 당시의 고통이 떠오르는데.

돌이켜보니 나는 겉으로 무덤덤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느라 생각에도, 감정에도 높은 철벽을 쌓고 있었다는 걸 알겠다.

내가 무너지면 엄마가 더 힘들어지니까 어떤 상황에도 내 힘든 감정은 뒤로 밀어내야 했다.


그런 무기력증은 사고의 마비를 가져온다.

마음이 명랑하고 여유가 있을 때 생각은 훨씬 융통성이 있다.

평소에는 어떤 사안에 닥치면 범위를 넓혀서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마음이 위축되고 몸이 지친 상태에서는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다각적으로 방법을 찾을 만큼 에너지가 나오질 않는다.



노인이 되고, 더구나 환자까지 되면 담담하고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음은 급하고, 머릿속은 하얗고, 근심 걱정은 가득이지.

그동안에는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도 병든 노인에게는 어려워진다.

병원에 가면 혼자 온 노인분들이 많다.

아무리 도와주는 봉사자들이 있고 병원 직원들이 친절하지만.


검사실로, 촬영실로, 이리저리 그 넓은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수많은 검사를 하고.

약국에서 한참을 기다려 약을 받는데 약사가 해주는 복약 지도 설명이 제대로 귀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

잘 알아들었다 해도 적절한 시점에 그 내용이 기억날지도 의문.


약에 첨부된 설명서를 보지만,

자잘한 글씨는 눈에서 아른거릴 뿐이고.

한 움큼이나 되는 약을 시간 맞춰서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치료받는 진료 과가 한두 군데가 아닌걸.



몸을 움직여서 혼자 병원에 다닐 수 있는 분들도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요양원에, 요양병원에 누워계시는 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상상이 안 된다.

극히 일부 외에는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여러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일일이 약의 내용물과 복용 방법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또 약으로 인한 부작용은 외부에서 눈치채기도 쉽지 않다.

본인이 본인 몸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해서 의료진에게 표현을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도 늙고 병들어 스스로 생활이 안 되면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으로 들어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타인이 해줄 수 있는 도움은 외형적인 것, 기본적인 것에 국한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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