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가 아닌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여자 사람 동창, 남자 사람 동창들이 있다.
우리 학교는 여학생이 소수였다.
또 그 몇 안 되는 여학생들은 대개들 똘똘했는데 남학생들은 온순한 편이어서,
여학생들은 기를 피고, 남학생들의 대접을 받았다.
졸업해서 사회인이 된 선배 언니들은 재학 중인 후배 여학생들에게,
"졸업하고 사회 나가봐, 이런 대접 못 받아."
라고 말했다.
ㅋ
졸업하고 자기 살 길 찾아 뿔뿔이 흩어지면 남자 동
창들은 만날 일이 없다.
20대에는 과나 동아리 단위로 가끔 모임도 갖고.
동창 결혼식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30대에 들어서면 남녀 모두 직장이나 가정에서 된통 시달리고 있을 때라 연락이 끊긴다.
우리 동기 중에는 캠퍼스 커플들이 여럿이라 그 배우자를 통해,
또 비슷한 직종에 종사하는 친구를 통해 건너 건너 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직장에서 자리 잡고.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도 좀 자란 40대에 들어서 한 번 모이고.
반가워하면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는 아, 앞으로 자주 보자, 하며 헤어지지만.
그러고 나서 다시 모이기까지 10년은 걸린다.
대학교 때 여학생들과 특히 허물없이 지냈던 동아리 친구가 있었다.
말도 재미있게 하고 남학생 특유의 허세나 성별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아서, 여학생들이 참 편해했다.
(즉, 이성으로 보이지 않아 애정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는 안심을 주는 친구였다고!)
40대 들어 연락이 되어 몇 번 모였는데 여전히 유쾌하고 스스럼없는 대학생 때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일도 열심히 해서 직장에서 상당한 지위에 있었다.
기특해라.
하루는 그 친구가 동기들 모임이 있다고 연락을 했다.
얼마 전 그 친구가 좋은 조건으로 유명한 회사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우선 축하 인사를 하고.
옮긴 회사 좋아?
안부 삼아 의례적으로 물었다.
너무 힘들어, 쉽지 않아.
진지하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어쩌니, 걱정하니까.
그동안 혼자 마음이 몹시 괴로웠던지,
며칠 전에는 아침에 출근했는데 도무지 회사 문 안으로 발길이 들어가지지가 않아서,
회사 부근을 두 바퀴 돌다가 회사에 쉬겠다고 연락하고는 부산에 갔단다.
(멀리 더 멀리 떠나고 싶어서.)
해운대 모래밭에 앉아서 소주 한 병 마시고 잠이 들었어.
추워서 깼는데 해가 지더라고.
정말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간절했는데.
별 수 있나, 모래 툭툭 털고 서울로 돌아왔지.
대학교 1학년 때 뽀송뽀송한 아이들로 만나,
괜히 어색해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일상적인 이야기, 공부와 미래에 대한 고민들.
같이 놀러 다니고, 연습하고, 공연을 하고.
그렇게 20대 초반 4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가끔 보게 되는 남자 동창들이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해서는 부모 노릇, 남편 노릇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장아장 걷던 꼬맹이 친척이 자라나고, 군인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짊어진 어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큰누나의 심정이랄지.
이 얘기도 오래전 일이다.
우리 또래들은 사회에서 은퇴하는 나이가 되었다.
다들 잘 지내겠지?
건강하고 머리숱도 많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