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환갑 ^~^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올해가 환갑이다.

어이구, 우리 동갑들은 복도 지지리 없지.

환갑 기념 여행은커녕 환갑끼리 모여서 밥 한 번 못 먹을 형편이다.

뭐가 이리 기구해.


하긴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 병원이 있던 광화문 네거리에서 4.19 행렬과 마주치셨단다.

그다음 해 5.16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유학도 다녀오고 병원을 운영 중이며 자식도 둘이나 있는 우리 아버지를 군의관으로 징집했다.

20대에 자의로 군대 안 간 것이 아니었는데.

(아버지 군대 사연은 길기 때문에 패스)

한순간에 인생행로가 확 꺾인 것이다.


내가 태어난 60년 전에도 세상은 격변 중이었구나.

(세상의 격변은 어린 아가의 인생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인생의 시작부터 그랬다면 왠지 덜 억울한 기분이네.

대신 기구한 건 맞는 걸로.



젊을 때는 환갑을 곧 잔치와 결부시켜서 생각했다.

수명 짧은 옛날이나 환갑 챙겼지 어우, 지금 환갑이면 청춘인데 뭐- 라면서.

지금 젊은 사람들도 같은 말을 한다.

그래, 아직 젊은 건 맞다.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노인은 한참 멀었다.


그런데 막상 환갑이 되니 환갑이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겠다.

노인이 되었다는 게 아니다.

대접받고 싶다는 뜻도 아니다.


60년 동안 온갖 일을 다 겪어내면서.

그래도 (온전히 정신줄 붙들고) 살아남았다, 가 첫 번째 감회이고.


남들이 보기엔 하찮을지라도 매 순간 내 나름은 성심성의껏 살았다, 는 약간의 자부심일 수도 있는 감회가 두 번 째다.


그만큼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잘 산 인생이든 아니든.

우리는 그 어려운 인생 60년을 살아남은 생존자인 것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더 어려운 시간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건강하고 감각이 멀쩡하고 판단력과 의지가 살아있는 시간이었다.

고군분투하면서도 인생에 가치와 의미를 더해갈 수 있는 기회였지.


이제 건강도, 재물도, 사랑과 사고력도 점점 잃어갈 시간을 앞두고 있다.

지금부터는 살아가는 나날, 오늘이 가장 젊고 찬란한 날일 수도 있다.

인생 최대의 도전에 마주칠 것이다.

마무리까지 나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실행하고 싶다고 간절히 소원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내가 나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적다, 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아온 경험이었다.

앞으로의 인생도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

결과는 하늘의 마음이니.


진인사대천명.

서로 건강하자는 덕담만 나눈다.



구겨진 마음이 있다면 반듯하게 펴고.

지저분한 뭔가가 묻었다면 깨끗이 닦아내고.

산뜻한 마음으로 두근두근,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갑시다.


내려놓고 비우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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