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 2.5의 밤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힘들다.

몸도, 마음도, 지갑도 모두 모두 힘든 여름이었다.

코로나 19 가 다시 날뛰는 날들.

단계 2.5


집에 있는다.

자분자분 시도 때도 없이 먹다가.

꼬박꼬박 졸다가.

지겨워, 정말 지겨워.

다시 내리는 비를 원망하다가.

눅눅한 여름.



어둠이 내리고 한낮의 더위가 조금 가시면 몸을 일으킨다.

나가볼까?


강아지는 뛰고 싶은데 당기는 끈은 짧다.

얼굴을 돌리며 낑낑, 나 좀 달리게 해 주세요.

간절한 눈빛.

며칠 만에 간신히 외출할 수 있었던 동네 개들은 기분들이 좋아 보인다.

오가다 만난 동네 견공들은 서로 인사라도 나누는 듯 멈춰서 눈을 맞춘다.

큰 놈, 작은놈, 흰 놈, 누런 놈.

바글바글 털북숭이.

한꺼번에 길에 개들이 이렇게 많이 나온 날은 또 처음 보네.

끈을 쥔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는 반바지 차림의 주인들도 기분이 좋은지,

인사를 나누는 개들을 바라보며 허허 웃었다.



거리에 사람들이 대폭 줄었다.

늘 퇴근길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간인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붙어선 사람들 피하느라 차도로 내려서기도 했었는데.

코로나 19의 와중에도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줄이 길던 소문난 '맛집' 앞에는,

어라, 대기하는 사람이 없다.

이 식당은 오늘 일찍 문을 닫으려나 봐.

직원들이 띄엄띄엄 놓여있는 테이블을 싹싹 치우고 있다.

손님 많은 식당은 이참에 쉴 수 있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지,

한가한 다른 식당들은 참 힘들겠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명절날 저녁처럼 비어버린 길을 지나간다.

태양의 뜨거운 여운이 남아있는 여름날의 저녁은 이제 끝나가는지.

쌀쌀하고 캄캄한 가을의 저녁이 다가오고 있다.

전기구이 통닭 가게 진열장에는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닭들이 여러 마리 아직 남아있다.

살까?

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다가 포기.

나 혼자 다 먹을 수가 없어.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가격을 조금 내린 고구마 한 봉지

(고구마는 갈수록 고가의 식품이 되어간다).

역시 알뜰 진열대에서 사과 한 봉지.

계란 열 개.

두유 한 상자.

채소와 과일 가격이 꽤 올랐다.


이것저것 넉넉하게 장을 봐서 푸짐하게 밥상 차려 제대로 된 밥을 먹고도 싶은데...

후덥지근 기분 나쁜 날씨.

싱숭생숭 편치 않은 마음에.

재정 상태도 그렇고.

혼자 먹겠다고 여러가지 만들기도 번거로워서.

간편한 먹을거리로 끼니를 때우고 말던 몇 달이었다,

비 내리던 이 여름은.



단계 2.5

불안과 고민과 분노와 좌절이 뒤섞인 표시.

피로가 누적된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몸을 던져 전염병의 홍수를 막고.

그들이 그렇게 희생으로 지켜내는 방파제 아래에서,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나마 일상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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