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집에 있기를 좋아한다 해도
가끔은 도서관에서 한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아름다운 계절, 궁궐을 거닐며 공주라도 된 듯 호사스러운 기분도 내는 건데.
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팬데믹!
비는 그치지 않고.
애정 하는 정은경 본부장님의 피로한 모습을 보자니.
예, 집에서 꼼짝 하지 않을게요.
집안일은 금방 마쳤다.
책을 들었지만 싱숭생숭, 잘 읽히지 않는다.
음악도 틀어놓고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찻물을 끓인다.
물이 팔팔 끓기를 기다리며 팔을 쭈욱 뻗고 몸을 비틀고 하품도 크게.
시선은 바깥을 향해 있지만 머리로는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아 그저 멍한데.
뿌연 안개 같은 의식의 바다 위로 잠깐잠깐 지난날의 편린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분명하지 않게 한오라기 실처럼 혹은 윤곽만 흐릿하게.
젊었던 내가 꼭 갖고 싶었던 것들이 구름처럼 의식의 허공을 둥실둥실 떠간다.
어유, 그게 뭐라고 그렇게 쓸데없는 데 기운을 썼는지.
혹은 쓸데없이 내다 버렸던 내 시간, 내 돈, 나의 에너지!
아까워라.
참 헛되게 많이도 내다 버렸구나.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그런 데다가 돈도, 시간도, 열정도 다 써봤기 때문에 지금 그것이 쓸데없다는 사실을 아는 게 아닐까.
후회는 아니지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갈팡질팡 많이도 돌아왔구나. 싶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정답은 아닙니다만.
가끔 젊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슬퍼하는 내용을 접할 때가 있다.
아, 나도 젊었을 적에는 심정이 참 복잡했었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초조한 기분에.
욕심은 한껏 치솟아 있고.
감정은 들쑥날쑥했었지.
그것들이 쓸데없다, 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자신이 스스로 만든 허깨비 같은 환상 때문에 물질이든, 시간이든, 마음이든, 낭비가 참 컸다, 는 생각은 든다.
그러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진주 목걸이"가 생각났다.
자신이 잘못 알아 허황된 것에 인생을 낭비했다는 소설의 주제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는 아이디어일 텐데.
그것을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소설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과연 명작이구나, 깨닫는다.
소설 '진주 목걸이'의 여주인공은 가짜 진주 목걸이를 고가의 진품으로 잘못 알고 그 값을 치르기 위해 오랫동안 고생한다.
우리가 꼭 가져야 한다고 믿어 평생을 애면글면, 부러워하고 욕망하는 것도 사실은 그 가짜 진주 목걸이 인지도 모른다.
진짜를 판별해낼 안목이 없는 우리는 조작된 이미지에 속아 순간적인 욕망에,
너무 큰 대가를 치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아마 인생이란 결국 이런저런 허상에 휘둘리면서 살다, 죽어가나 보다.
참된 것은 무엇이며 헛된 것은 무엇인지.
상업적인 유혹이 그물처럼 우리를 낚는 이 시대에,
참된 것을 찾아내겠다는 노력이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 저렴한 욕망에 눈이 멀어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공적 책임을 사리사욕에 이용하는,
자칭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있다.
보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그들은 왜 저러고 사는지.
저렇게 추접스럽지 않아도 행복하고 떳떳하게 잘 살 수 있는데 한심하다, 싶건만.
정작 당사자는 불법과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같은 부류끼리의 카르텔로 무사하게 이득을 취하니.
승리했다고,
성공했다고 기뻐하는가 보다.
정은경 본부장님 같이 우직하게 자신의 본분을 묵묵히 해내는 분이 제자리에 있어 참 다행이다.
지금 우리나라 방역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바로 서려면 이런 분이 자리를 맡아주셔야 한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사악하고 무능하면서 부패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느물느물 모든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사회지도층 입네, 부자네, 고위층이네 하는 바람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름을 가르치기가 참 힘들었다.
성공하려면 정직하면 안 된다는 게 상식이라니.
더구나 헛되고 헛된 것들을 욕망하는,
질 떨어지는 욕심쟁이들이 성공한 자의 표본이 된다니!
그런 불행했던 시대는 막을 내리는 것 같다.
단번에 사라지지도 않고.
앞으로도 미꾸라지들은 번번이 출현하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방식이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가치관을 장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의식 흐르는 대로 썼다.
# 모파상은 대단했다.
# 가짜에 속지 말자.
가진 게 적으면 지출에 신중해질 수 있다.
(돈이든, 건강이든, 시간이든, 마음이든)
# 가난이 가질 수 있는 드문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