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졌다.

살 거 같다.


역대급 여름이었다.

매일 쏟아지는 비, 사방에 가득한 습기.

아아, 우울했다.

그러다 비가 멈칫하나, 싶을 때 쏟아져 나온 광화문 좀비들.

어마어마하게 확진자들은 치솟고,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렸지.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어떡해서든 판을 뒤집어보려는 망해가는 자들의 야비한 승부수.

칫.

그래 봤자 댁들은 끝났거등요^^



2020년은 사람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생계의 발판을 흔들어 놓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누적된 왜곡을 떨쳐내고 보다 선량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과연 이뤄낼 수 있을까?


티셔츠에 크롭팬츠,

고무줄 칭칭 감은 머리에 운동화.

나는 여름 내내 병원을 들락거리는 외에는 집에 콕 박혀 있었다.

보이는, 들리는, 모든 것이 피로했다.



가을에는 머리도 예쁘게 하고 옷도 차려입고, 마음 놓고 외출하고 싶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거리도 살랑살랑 걸어 다니고.

흐르는 강물도, 불타는 단풍도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

기차 타고 가을 바다를 여행하고 싶다.

툭 트인 바다에서 심호흡 크게 하고.

맛있는 냄새나는 아무 식당이나 문을 밀고 들어가 여기 일 인분이요, 주문하고 싶다.



쉽게 오지는 않을 듯.

내 인생에도,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에도.


자, 이제 고생은 끝났습니다.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고 샴페인을 부딪치며

맘껏 즐기시지요, 하핫.


그런 건 없다,

당장은.

진이 다 빠지고 원망할 기운마저 없어졌을 때.

바라고 기대하는 내일마저 어쩌면 포기할 무렵.

지극히 겸손되고 낮은 마음으로 살아있는 이 순간 최선 할 뿐,

차마 그 어떤 화창한 날도 더는 꿈 꿀 수 없으니.

- 하는 절망의 날 쯤에야 비로소.

천둥, 벼락 내리치던 시커먼 하늘에 한줄기 빛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는 그렇게 길게 마음먹을란다.


조급하지 말기.

이번 가을에는 제발 회복되기를 바라지만,

그런 기대는 꾹꾹 눌러 두기.

그저 견뎌보겠다, 모든 희망을 유보할 것.


내가 지금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다.


올 테면 와.

하는 데까지 해보자구.

나도 만만하지는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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