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일찍 잠드는가 싶더니,
한밤중에 깨어 버렸다.
다시 잠들겠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양 한 마리 두 마리, 헤아리며 기다렸지만.
눈은 말똥말똥, 정신은 어쩜 그리 맑아지는가.
결국 몸을 일으켜 전등을 켜고 읽다 만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활자는 곧 눈에서 휘발해버리고, 내용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휴대폰을 든다.
한밤중 커뮤니티에는 낮과 밤이 뒤바뀐 사람들, 다른 대륙의 동포들이 옹기종기 드나든다.
크,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지글지글 빨간 라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맛있네양^^
아, 한 젓가락만.
어디선가 굽신굽신 하더니,
못 참겠드아, 지금 물 올리러 갑니드아,
누군가가 라면 행렬에 동참해버렸다.
껄껄, 날이 바뀌었으니 칼로리 리셋,
맛있으면 0 칼로리!
왁자지껄,
다들, 하하하, 한 마디씩 보태네?
고양이는 늘 대환영이다.
회사 마당에서 돌봐주는 길고양이는 애교가 많단다.
놓아준 사료를 먹고는 보답으로 사람들에게 쓰다듬을 허용하는 똘똘한 놈이다.
ㅋ, 오늘은 다리에 비비적거리는 은혜까지 베푸셨다.
식빵을 굽고, 드러누워 배를 보이고, 노곤한 듯 졸고 있는 고양이 사진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린다.
나만 없어 고양이!
다른 대륙의 누가 암담한 그곳의 코로나 19 상황을 전한다.
막무가내 시민들과 기하학적으로 늘어나는 환자에 대책 없는 그곳 정부의 콜라보.
재택근무를 하는데 겁이 나서 집 밖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또 다른 대륙의 사람은 코로나 19로 곧 직업을 잃게 되었다고 한숨을 쉰다.
여기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한국으로 돌아가도 내 자리는 없을 텐데.
백 리, 천 리, 대양을 건너 뚝뚝 떨어진 랜선의 사람들은 후, 일제히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내 얘긴 줄, 다른 누구도 손을 든다.
우리도 지원금으로 겨우 버티는 중인데 곧 끝이 날 듯요.
세상이 다시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할라나 봐요.
앞으로는 아예 구조가 달라질 것 같네요...
기껏해야 "힘내세요."
말주변 없는 사람들은 뻔한 댓글만 줄줄이 달겠지만.
그것으로 연민과 동병상련과 막막함과 답답함을 서로는 공유한다.
밤에는 특히 감상적이거나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는 울적한 글이 종종 올라오는데.
오늘 밤은 유난히 그런 글이 많다.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사람은
옆자리 환자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평생 불화해서 징그럽게 싸워대는 늙은 부모에게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누군가가 있고.
냉랭하니 너무 멀어진 부부 사이로 고민하는 중년의 남편은,
우리 부부는 더 이상 인생의 동반자가 아니다, 선언하면서 괴로워한다.
돈 문제, 자살 충동, 난치병,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 빈곤을 사람들은 토로한다.
가상공간에는 우울과 침울이 흐른다.
다들 한숨을 내쉰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사람이라고 별 거 있나요,
다른 생명체들처럼 그냥 사는 거죠.
허우적허우적, 목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
나는 다르게 살겠다고 큰소리쳤는데.
결국 먹고사는 문제에 발목 잡혀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네요.
게다가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어렵나요.
조용해진다.
그래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마터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휴대폰을 접는다.
자자. 내일 아침에 일어나야지.
아마 나처럼 다른 누구도 작게 한숨을 쉬면서 여기서 그만, 을 외쳤을지도 모른다.
답이 없다.
살아갈수록 인생에 관해서는 단언할 수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