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 여름
마음에 남긴 풍경들
더위가 극성이다.
태양은 강렬하고, 공기는 뜨겁다.
더해서 비까지 쏟아지니 불쾌지수는 치솟는다.
비직비직 땀을 흘리면서 정차해있는 객차에 올라 내 자리를 찾는다.
휴, 땀을 닦고 숨을 고르고.
이제 살겠네.
슬금슬금, 플랫폼이 뒤로 물러난다.
기분 좋아짐^^
어디론가 떠나는 건 다 좋다!
여름의 대지는 세찬 생명력이다.
따가운 태양의 세례를 받는 대지는 온통 푸른색.
눈부신 햇빛을 서로 다투면서 파아란 풀들은 쑥쑥 몸집을 키운다.
짙푸르다 못해 검푸르러진 산은 나무들이 짊어진 무성한 이파리들로 묵직하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이파리들은 도톰하니, 봄날의 여릿여릿하고 투명한 아가 시절을 벌써 벗어던졌지.
쭉쭉 물을 빨아들이고 빛을 받아들이면서 치열하게 생명체의 나날을 살아낸다.
모든 생명들이 두 팔을 활짝 벌려 자랄 수 있는 최대한에 도전하는 듯 보인다.
여름의 풍성하고 화려한 자연은 인간이 지은 시멘트 구조물들의 삭막함도, 누추함도 가려준다.
자연이 베푸는 아름다운 휘장으로 초라한 인간의 집들은 꽤 정답게 보인다.
유유히 흐르는 강가에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꺄르륵 꺄르륵, 풍덩풍덩 물놀이를 하네.
기차가 잠시 멈추고 떠난 작은 역사에 피어있는 부쩍 자란 접시꽃들.
힘껏 담쟁이덩굴은 금이 간 담벼락을 뻗어오르고.
녹이 슨 함석지붕의 스러져가는 창고마저 나무들의 푸르름과 꽃들의 노랗고 빨간색이 더해지니,
낡은 것마저 아련한 시간의 흐름으로 보이게 한다.
저수지 수면에는 커다란 연잎들이 가득 덮여 있었다.
달덩이 같은 하얀 연꽃들은 함초롬이 고개를 내밀었네.
그렇게 태양이 가장 뜨겁고.
더위가 최고조일 때.
짙푸른 자연의 번성이 절정이고,
새들도, 벌레들도, 동물들도,
한껏 자라고 번식하고 덩치를 키웠을 때.
언제까지나 번영함이 계속될 듯 대지가 온통 환하고 짙푸르고 화려한 때.
신기하게도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푸른 나무들에서는 어떤 쇠함이 느껴진다.
잘못 봤나?
눈을 깜빡깜빡, 다시 바라보는데.
음, 나무줄기는 더 이상 뻗어가지 않는다.
푸른빛은 저물어가고.
이파리들은 얇아지고.
부쩍 활력이 둔해진다.
그렇게 가장 덥고 가장 뜨거운 때,
날짜는 입추를 가리킨다.
힘들게 더위를 견뎌온 우리는 왠지 한숨을 내쉬면서.
벅차고도 버거웠던 우리의 가장 뜨겁고 치열한 시기가 끝을 향해 가는구나,
살짝 아쉬움을 갖는 것이다.
이제는 물러나 결실을 준비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