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집순이의 계절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수십 년 혼자 여행을 잘도 다녔다.

나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행위였기에,

혼자 여행해서 좋은지 어쩐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올해는 좋은 여행 동행이었던 어머니가 안 계시니 다시 혼자 여행을 다닌다.

멍하니 달리는 버스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혼자 여행의 장점이 떠올랐다.



혼자 여행하면 확실히 심신 모두 에너지 소비가 적다.

머릿속에서 또는 마음에서 떠오르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어디를 갈 건지, 뭘 먹을지.

누가 묻지도 않고, 누구에게 물을 필요도 없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발길이 닿는 대로 그냥 움직이면 되니까.

매사 결정 과정이 지극히 단순하다.

깔끔합니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듣는 일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행위이다.

게다가 어떤 선택에 관해 서로의 생각을, 의견을 나누고 양쪽 모두 불만 없이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와 상대 사이에서 의견이 오가는 과정은 참 복잡하다.


더구나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들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표면의 말과 내면의 진실을 헤아리느라 지끈지끈 골치가 아프지.

취향이 어긋나는 타인과 며칠을 내내 타협하고 배려하면서 같이 여행하다 보면,

에너지 소비 눈금이 푹푹 떨어진다.

마음이 번거로워지는 건 덤.

때로 재미는 있고.

서로가 도움이 되기도 있지만.

그것도 내 기운이 충분할 때 얘기다.



혼자 여행하면,

바라보는 풍경과 나 사이에는 흐르는 공기뿐.

감동도, 기쁨도 나 혼자 오롯이 가질 수 있다.

굳이 누구 들으라 표현하지 않아도 되니까 흠뻑 고요한 감동을 누릴 수 있다.

아름다움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다.


아마 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이 워낙 적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적은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오직 여행에 집중하기 위해서 에너지 분산이 되지 않도록,

다른 이들과의 동행을 피하게 됐달까.



날이 추워지니 팬데믹이 극성이다.

내일부터 서울 시민들은 강제로 집에 콕 격리되는 수준이다.

이미 코로나 19로 고독을 실컷 누려왔지만,

연말 맞이 고독 대방출 시즌인가 보다.


방역 관계자분들 과로하실 텐데.

건강 잃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마음으로는 매일매일 감사패 증정하고 있답니다.



각자 집에 격리되는 우리들.

집콕해야 하는 12월 20일까지,

그동안 바깥일, 사람들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 소비하느라 뒤로 처져 있던,

우리의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봐요.

코로나 19 가 주는 유일한 선물일지도 모르지요.


동행이 없는 고독한 상상의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책을 통할 수도 있고.

영화를 통할 수도.

혹은 지난날의 사진첩을 꺼내서 과거로의 여행도 괜찮을 듯하다.


뜻있는 시간으로 12월 잘 보내시고.

힘들었던 2020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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