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형태에 관해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도로에서 마당을 거치지 않고 곧장 집안으로 들어가는 주택 형태에 관심이 있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집들은 길에 면한 부분에 담장을 두르고.

그 담장 사이에 있는 대문을 통해 사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내 땅을 두른 담장 안에는 먼저 마당이 있고.

그 안에, 가급적 뒤쪽으로 주택 건물이 있다.

예전부터 작은 초가집들도 그랬고.

좀 큰 집이라면 담장 자리 일부에 행랑채가 있었는데,

행랑채는 창고로 쓰거나 하인들이 사용했으니 주건물은 아니다.


그래서 어릴 때 가족들과 외출했을 때,

회현동 같은 곳에 있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일본식 주택이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 기웃거리곤 했었다.

길에 바싹 붙은 문을 드르륵 밀면 그대로 거실이고, 방인 그런 집.

길에 면한 창에는 사람이 어른거리는 그런 집들을.

지방 여행을 하다 보면 지금도 구시가지에 가끔 보인다.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가게를 하는, 쓰임새 있는 건물로 말이지.



일본에는 대도시에도 단독주택이 많다.

새로 짓는 집들은 예전처럼 길에 붙여서 건물을 짓지는 않는 것 같다.

낮은 담장을 두르고 몇 발자국 작은 마당을 지나 현관이 나온다.

그래도 예전 건물이 많이 남아있어서 여행을 가면 오래된 동네,

검은색 나무문을 드르륵 밀고 들어가는 허리 굽은 집주인 사이로 살짝 보이는 어두컴컴한 실내를 살피고는 했었다.


유럽도 주택들이 길에 면한 경우가 많았다.

영국에서는 새로 지은 타운하우스들도 전면에는 담장 없이 잔디밭을 지나 건물 현관이 나오고.

실제 사용하는 마당은 건물 뒤에 만들었더라.

오래된 유럽의 집들도 길에서 현관을 밀고 들어가면 곧장 홀이 나오던걸.

건물 뒤 또는 건물로 둘러싸인 중정을 두어 정원을 가꾼

경우가 많았다.

아랍 쪽, 또 그 영향을 받은 곳은 중정 형태의 가옥이 주류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나 어릴 적에 흔하던 서울의 한옥들은 가운데에 둔 마당을 방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대문을 열고 들어와 마당을 거쳐서 방으로 들어간다.

길에 면한 방들은 아이들이 주로 사용했다.

예전에 안국동 한옥집, 길에 면한 방에서 과외를 받은 적이 있었다.

공부보다 한옥이 신기해서 좋았는데,

흠 겨울에 어찌나 추웠던지.


가능성은 전혀 안 보이지만,

가끔 주택을 짓는 공상은 한다.

현실은 제외하고, 막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재미있다.

어떤 집을 지을까?


큰 집은 전혀 아니다.

예쁜 집은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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