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뇌와 태연한 수족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몇 번 글에 썼듯이,

나는 머리는 바쁘고 몸은 한가한 사람이다.

매일, 평생 하는 지극히 기본적인 동작,

그러니까 자고, 씻고, 먹고, 외출하고, 청소하고-뭐 이런 일상생활을 당연하게 하기는 한다.

그런데 머릿속 상황을 보면 다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시간을 본다.

그러면서 더 잘까, 일어날까, 계속 생각한다.

더 잘 수 있는 시간이 긴 것도 아니다.

5분, 10분을 갖고 이럴까 저럴까 하다가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어버린다.

참 나.


화장실에 갈까, 밥부터 먼저 먹을까,

아침은 뭘 먹을까, 이건 뒀다 저녁에 먹을까.

지금 세수를 할까, 외출하기 전까지 뭉개다가 샤워를 할까.

청소기를 돌릴까, 밀대로 밀까, 먼지를 털어낼까 등등.

머릿속에서 온갖 행위 하나하나 할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몸은 늘 그래 왔듯이 습관처럼 느릿느릿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유튜브에서 볼 만한 영상을 찾아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놓고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과일을 깎는다.

그리고 순서대로 약을 먹지.


그리고는 또 머릿속에서 분주하게,

설거지를 하면서 보리차를 끓일 것인가,

조금 남은 거 마저 마신 뒤에 끓일까.

지금은 볕이 따가운데 기다렸다가 나갈까,

아예 다녀와서 샤워를 할까,

또 머리가 터져나간다.

몸은 천천히 설거지를 하면서 보리차를 끓이고.

밀대로 청소를 하고.

샤워를 마친 뒤 운동화를 신고 거리로 나섰다.

어제나 그제나 똑같은 나날.

왜 머릿속은 그리 바빠야 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네.



누구도 나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따른 머릿속 분주함은 상상도 못 하겠지.

왜!!!!!

나는 이렇듯 사소하고 습관적이며 필수적인 당연한 행위에 일일이 할까 말까,

망설이고, 회피하려 들고, 미루려 하고, 안 하려 드는가!


할까 말까 하면서,

그래도 요즘에는 햇빛을 받으며 꽤 많이 걸어 다니고.

언제나 미루지 않고 청소는 잘하고 있으며.

밥도, 약도 잘 먹으면서 그럭저럭 꾸준한 일상을 지내는 중이다.



쓸데없이 뇌만 피곤한, 할까 말까 병이 치유되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머리를 텅 비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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