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겠다-풍기

마음에 남은 풍경

by 기차는 달려가고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숙박을 하게 되면 짐이 확 늘어난다.

한 삼십 년 전에 남녀 여럿이 콘도에서 하루 자고 오는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뒷주머니에 칫솔 하나 달랑 꽂고 온 친구가 있었다.

인기 폭발.


부러워라,

나도 그렇게 미니멀해보고 싶은데.

어딜 가나 추울 때를 대비한 옷 보따리와 주전부리를 챙기느라 내 여행가방은 절대 단출해지지 않는다.


건강이 좋아질 때까지는 작은 배낭 하나로 당일 여행만 다니려 한다.

욕심부리지 말자,

딱 한 곳 만 잘 다녀오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영주 부석사.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았다.

멀지도 않구먼 왜?




♤ 풍기의 아침


청량리역에서 이른 아침 기차를 탄다.

미세먼지가 지나갔다 해서 갑작스럽게 떠났는데,

원주, 단양 지날 때는 먼지가 뿌연 느낌이었다.

날은 화창하고 기온이 높았지만,

멀리 산을 바라보면 또렷하지는 않더라.


풍기의 아침은 한산하다.

9시 좀 넘어서 기차역을 빠져나왔는데,

부석사 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하네.

그러면 동네 한 바퀴.

역 앞 큰 도로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고.

문을 연 곳은 열심히 청소 중이었다.


3, 4층 건물들이 늘어선 역사 주변 상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풍기 특산물인 인삼, 사과, 인견.

지극히 실용적이고 깨끗한 거리 사방으로 듬직한 산들이 보였고.

어지러운 전선줄,

오랜만이다.


도로명도 인삼!


요건 역사 뒤편, 또 산이닷!



그리고 뒷길에는 예쁜 초등학교.


시간이 많으니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가 아침식사를 했다.

청국장 백반을 맛있게 먹었는데,

평소보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먹어서, 휴, 종일 힘들었네.

음식은 맛있고,

다소 싱겁게 먹는 내 입맛에 맞았다.

이쪽에서 청국장을 많이 먹는지,

청국장을 내건 식당들이 특히 많이 보였다.

주산물 중에 부석태라고 콩이 있긴 하더군.



♤ 부석사 가는 길


내가 다녀본 중에서 충북 영동만큼은 아니지만

이 지역도 과수농장이 참 많아 보였다.

벼농사를 지을 만한 땅은 드물게,

그것도 아주 좁았는데,

그래서 밭농사를 많이 하시는지.

완연한 봄이라,

다들 나와서 장비를 내리며 분주하셨다.


깔끔하게 가지치기 한 사과나무들이 조르르,

줄 맞춰 서있고.

규칙적으로 갈아엎은 땅들은 농사에 돌입할 준비운동을 마쳤네.

노란 개나리는 이제 파릇파릇 이파리를 피울 태세고.

어딜 가나 연분홍 벚꽃이 만개했다.


텅 비어 있는 길.

그래도 버스 안에는 지역분들, 절에 가는 분들 해서

여럿이 버스를 타고 내려 제법 활기가 있었지.


일단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