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끝내면 피로와 함께 허기가 밀려온다.
집에 편안하게 앉아 느릿느릿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며칠째 살림을 돌볼 여유가 없었으니 냉장고는 비어있겠지.
먹을 걸 사가려고 애써 식당들을 지나쳐 집 가까이까지 왔는데.
그만 구수한 국밥 냄새에 홀린 듯 식당으로 빨려 들어갔다.
외식이나 배달, 도시락으로 식사하다 보면 집에는 먹을 게 남지 않는다.
어쩌다 음식을 해볼까 불끈 의욕이 샘솟아도 양념부터 도구까지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에잇, 기분만 나빠지고 말았다.
밥을 사 먹으면 그 한 끼로 끝이다.
먹을 게 없으니 번번이 또 사 먹어야 한다.
허겁지겁 배고픔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한창 붐비는 식당 눈치를 보느라 맛도 모른 채 후다닥 먹어치우면.
배는 부른데 뭔가 허전한 기분.
깊은 밤에 잠 못 이루고 라면을 끓일까 말까, 갈등하게 되지.
일시적인 생활이 아니라면 혼자 살더라도 정기적으로 장을 보시라 권한다.
편의점이나 인터넷 쇼핑을 통해서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완제품이나 가공식품을 주로 살 텐데,
달고 짠 조리 음식이거나 튀기는 반찬들이 태반이라 연속해서 먹으면 질린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생필품은 물론 요모조모 식재료들을 사게 되면 식생활이 훨씬 다채로워진다.
요리를 못한다고요?
누구도 처음부터 요리를 척척 해내지 않습니다.
음식은 계속 만들면서 배우고 익히는 거죠.
요새는 인터넷을 통해서 세상의 거의 모든 요리를 배울 수 있으니,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쌀, 양념 같은 기본재료부터 준비하자.
라면에 파를 썰어서 듬뿍 올리고.
그다음에는 북어채도 넣어보고.
볶음밥을 해보고.
밀키트를 끓여본다.
감자도 삶고 고구마를 찌고.
계란 프라이와 고기 굽기.
토스트에 샌드위치.
그러다 발전해서 장조림도 만들고 찌개도 끓이고 제육볶음도 하는 거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이 장보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은 봐오는 걸로 끝이 아니다.
사온 식재료를 일일이 손질하고 다듬어서 소량씩 나누고. 식재료의 속성과 쓰임에 따라 냉동실에 넣거나 냉장고에 두거나 바로 조리하거나.
일이 많다.
장을 보러 가기 전에 꼭 배불리 밥을 먹도록.
배가 고프면 다 먹어치울 듯 감당할 수 없게 식재료를 과다하게 사게 될뿐더러.
장을 다녀와서는 힘들다고 사 온 물건을 그대로 내팽개치기 쉽다.
그러면 애써 장을 봐온 의미가 없지.
정기적으로 장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재료가 늘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라도 음식을 할 수 있으며.
냉장고에 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또 요리를 하게 된다.
솜씨도 늘고 건강에도 좋고 가계부도 확실히 윤택해지지.
무엇보다 규모 있게 살림한다는 느낌이 든다.
ㅋ
내가 지금 생활을 잘 꾸려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뿌듯함.
그런 제품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화장실 휴지, 티슈, 키친타월, 가능하면 냅킨까지 소량씩 한 묶음으로 만들어 좀 싸게 팔면 좋겠다.
휴지 종류는 각각 대량으로 팔아서 자취러들에게는 부피도, 분량도, 가격도 버겁다.
제각기 다른 용도가 있기 때문에 한 가지로 두루두루 쓰는 건 보기도 그렇고, 재질이 달라 불편하거든.
시장에 가면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다양한 제품에서 생활에 필요한 아이디어도 얻는다.
재래시장에서는 상인들에게 조리법도 배울 수 있지.
마트에서는 가끔 생필품 샘플이나 사은품도 얻는다.
사소한 것에 기뻐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