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밥상에서도 인스턴트, 레트로트, 밀키트- 이런 간편식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와 살 때는 인스턴트식품을 거의 먹지 않았는데,
혼자 지내게 되니 관심을 갖고 요것조것 시도하는 중이다.
일일이 파악이 안 되는 식자재 문제와 영양 측면 등, 우려는 있지만.
식품의 질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공급자 측의 상도의를 믿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반응과 업체들의 경쟁을 통해 착한 식품이 제공되기만 바랄 뿐이다.
다들 잘 먹고 있을 라면류는 제외하고,
자취러들이 먹을 만한 간편 식품들을 떠올려볼까.
♤ 국 종류
반드시 국물이 있어야 하는 식습관이 아니어서 국물 음식은 가끔 만드는데.
그래도 불현듯 특정한 국이나 찌개가 생각난다.
한 끼 먹으려고 여러 재료를 사기도 그렇고, 끓이려면 번거롭기도 하지.
처음에는 여행 가서 먹느라고 사봤는데 사골 진액이라든가, 큐브나 스틱형으로 나온 인스턴트 국 종류가 의외로 다양하고 쓸만했다.
냉동포장으로 데우기만 하는 제품도 많은데
대체로 짠맛이 강하니 여러 가지 시도했다가 이제는 먹는 것만 먹는다.
양념이 강한 국물 류는 쉽게 질리는 편.
뭐든 그렇지만,
가격에 따라 질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고기 종류 간편식은 제목이 무색하게 실제 들어있는 고기는 아주 적다.
내 경험으로는 친환경을 내세우는 제품이 그래도 맛이 깔끔하고 재료도 비교적 들어갔더라.
혼자 한 번 먹는다면 부담할 만한 가격인데,
여럿이 또는 여러 번 먹을 거라면 재료를 사서 직접 국을 끓이는 편이 낫다.
유통기간이 짧지는 않으니 평소 구비해두었다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은 으스스 한 날, 쉽게 먹을 수 있다.
♤ 즉석 부침개류 제품,
김치전, 감자전 등 여러 가지 제품이 있더라.
가루에 물을 부어 휘휘 저어서 기름 두른 팬에 지지기만 하면 되니까,
만들기 엄청 쉬우면서도 맛은 기대 이상이더군.
공급자가 절대 해줄 수 없는 '열과 시간 조절'이라는 소비자 솜씨가 맛을 좌우하는데,
대충 익혀도 먹을 만은 하다.
나는 식탁 위에 와플팬(내 것은 올록볼록 와플팬과 평평한 일반적인 팬을 골라 쓸 수 있음)을 두고,
즉석에서 부침개를 지지면서 먹는다.
일반 팬보다 시간은 걸리는데 자리에 앉아 금방 지져낸 전을 먹는 맛이 꽤 괜찮음.
♤ 돈가스, 떡갈비, 생선구이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은 이런 음식은 대개들 식당에 가거나 배달음식으로 먹겠지.
나는 단지 끼니를 해결하려고 외식을 하지는 않는다.
배달음식은 더 안 하고.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간편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반조리 식품을 가끔 찾는다.
남은 기름 처리 문제로 집에서 튀김 음식은 하지 않아서,
돈가스는 넉넉히 기름을 두른 팬에 지져내고.
떡갈비는 돼지고기로만 만든 게 대부분이고 잘못 사면 조미료 맛이 너무 심할 때가 있다.
먹어보니 비교적 낫더라, 하는 제품만 사는 편.
심심한 맛의 떡갈비를 사서 내가 만든 양념장을 발라가며 굽는다.
한 봉지 사두면 떡갈비구이로, 햄버거 패티로, 잘게 부수어서 볶음에도 넣는 등 요긴하다.
요새 생선구이는 냄새 때문에 집에서는 하지 않는가 보더라.
구워져 포장된 생선구이를 사보았더니 의외로 맛은 괜찮았는데 양이 적었다.
아쉽.
♤ 장조림, 멸치볶음, 오징어 채 무침
통조림으로, 봉지에 넣어, 반찬가게 등 이런 밑반찬은 꽤 흔하다.
내 입맛에는 달고, 또 달더라.
그리고 해바라기 씨는 왜 그렇게 아무 데나 넣으시는지.
가격을 맞추느라 그렇겠지만 재료, 특히 잘못 쓴 양념이 맛을 버린다.
참기름을 써야 할 것에 식용유로 버무린 반찬은 좀 찝찝하다.
전문가의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꼭 필요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영...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밑반찬이 필요는 하지.
날 잡아서 직접 만들기로.
♤ 삼계탕, 만두, 죽
삼계탕은 사 먹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봉지만 쭈욱 뜯어서 냄비에 끓이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하게.
내게는 한 번에 먹기에 양이 많아서,
일단 고기만 건져서 소금에 콕콕 찍어먹고.
다음번에 국물에 밥이나 누룽지를 넣어 푹 끓여먹는다.
만두나 죽은 맘에 드는 제품이 몇 가지 없는데,
만들기가 번거로우니 종종 사 먹는다.
늘 구비해두는 품목.
그 외에 젓갈과 장아찌 종류를 가끔 산다.
족발이나 편육도 사 먹고.
훈제식품에 관한 우려가 있지만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더군.
돼지고기, 오리 훈제를 가끔 사고,
소시지, 햄 종류도 가끔 장바구니에 넣는다.
집밥도 각 가정마다 해결하던 수공업 시대를 지나서 이제 대량생산, 공산품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집밥이라도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 온 음식들을 단지 차려내는 밥상의 시대가 되어가는 듯하다.
그러니,
잘 골라 먹자!